레니 문 연세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요즘 한국 대학 캠퍼스에서는 외국인 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미미하던 외국인 학생 숫자는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2000년대 들어 1만 명으로 증가하였고 지금은 12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이나 호주의 대학처럼 외국인 학생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 대학의 풍경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출신국가, 전공, 학위과정의 선택도 더 다양해졌다. 아직도 중국학생들의 비중이 크지만(2017년 현재 55.1%) 이젠 베트남(11.8%), 몽골(4.3%) 출신 등 그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1995년에는 59개에 불과하던 외국인 학생의 출신국가 수는 2014년 160개로 늘어났다. 전공이나 학위과정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어 인문 사회계열, 자연과학 공학 계열의 전공 뿐 아니라 비학위 과정인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도 많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1990년대 국제화 바람을 타고 시작되어 이제는 많은 대학들이 저 출산 시대를 맞아 감소하는 대학생 수를 충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해외에 직접 담당 교수나 직원을 보내 유학 설명회를 여는 등 대학 간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나 자신도 이런 국제화 바람을 타고 설립된 국제학부 교수로 2011년에 임용되었으며 내가 재직하는 학교에도 외국인 학생과 교수들이 많다.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내 주변에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나 연구를 위해서 인터뷰했던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대학과 사회에 대한 불평을 쏟아 내곤 했다. 특히 국제학부나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한국인 교수들의 영어 실력이 부족하고 외국인 학생들이 사는데 필요한 시설이 미흡하다는 불만이 많았다.
물론 아직도 한국 대학에서의 경험이 다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이전에 비해 유학생들의 만족도는 많이 높아졌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의 주요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 유치 경쟁을 해서 그런지, 한국 대학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고 유학생들 역시 학교의 특성이나 장단점을 미리 파악하여 본인한테 잘 맞는 환경을 찾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내 수업을 들었던 아시아 학 전공 베트남 여학생은 “선배들 중에 한국 유학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들이 좋은 경험을 말해주고 한국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서 왔다”고 했다. 스위스 같은 유럽 선진국에서 온 학생들도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아시아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주변 국가도 쉽게 여행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스웨덴에서 온 한 남학생은 “주말이 되면 홍콩, 대만, 일본 등으로 여행을 해요. 한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될 수 있으면 이웃 나라에 자주 가려고 해요.”라고 했다.
한국 유학을 선택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유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 한국으로 이주를 했거나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코리안 아메리칸들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남학생은 주로 국제학부에서 영어로 수업을 듣고 있지만, 일부러 한국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가끔씩 듣는다며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문화도 익히고, 둘 다 쉽게 접하고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유학하면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미주한인학생들도 제법 된다.
유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한국대학이나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부나 대학의 정책은 아직도 이들을 유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들을 한국사회의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는 소홀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졸업 후 한국을 떠나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 조차도 기회를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저출산 고령화시대를 맞아 한국은 이들을 활용할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기술직에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대학과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국인들은 여전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꺼려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경험을 얻기 원하는 외국인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이 비교적 적을 뿐 아니라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해 줄 수가 있다. 더구나 한국어 구사 능력이 있고 한국문화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어서 해외진출을 하려고 하지만 자원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이들 외국인 유학생은 더더욱 중요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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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문 연세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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