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에이커 규모 4개 빌딩 생기… 거장 세실 데밀 걸어 나올것 같아
▶ 넷플릭스도 선셋에 거대 스튜디오, 테크-엔터테인 산업 접목 나서

할리웃의 가장 오랜 역사가 담겨있는 컬버 스튜디오의 행정 본부 건물. 1930~40년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Elizabeth Lippman/ NY Times]
할리웃 황금기인 1940년대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오손 웰스가 영화 ‘시민 케인’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던 벙갈로에는 희미한 햇살이 비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촬영 당시 클락 게이블과 비비안 리가 의상을 갈아입던 오두막집으로 가는 길에는 흰 장미가 피어있다. 마치 근처 스튜디오에서 금방이라도 세실 B. 데밀 감독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고함을 칠 것만 같다.
하지만 지난 주 이곳에서 열린 행사는 할리웃의 과거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1,200만달러가 투입된 4개 스튜디오 빌딩의 복원을 기념하는 테입 커팅, 주인공 참석자들은 이 단지의 새로운 세입자이며 새 시대의 연예산업 전령사인 아마존 스튜디오 관계자들이었다.
아마존 스튜디오 소장인 제니퍼 살크가 대형가위로 리본 커팅을 했을 때 컬버 시티의 제프리 쿠퍼 시장은 “이 역사적인 장소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아마존은 14에이커의 컬버 스튜디오를 15년 리스 계약으로 대여했다. 2014년부터 이곳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회사 해크만 캐피탈 파트너스가 2021년까지 7개의 새로운 스튜디오 건물과 기타 업그레이드에 6억 달러를 지출하겠다는 계획을 내걸고 아마존을 유치한 것이다.
샌타모니카에 사무실을 두고 있던 아마존이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컬버 스튜디오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제 거대 테크 기업들이 할리웃에도 진출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테크산업과 연예산업은 하나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해크만 캐피탈의 대표 마이클 해크만은 “구시대 미디어와 새 시대 미디어가 완전히 조화롭게 융합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영화계 사람들이 ‘더 맨션’이라고 부르는 웅장한 본부 건물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작한 세실 B. 데밀과 데이빗 O. 셀즈닉의 사무실이 있던 1930년대와 40년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내부에 걸려있는 영화 포스터들은 아마존이 소유한 ‘맨체스터 바이 더 시’와 ‘핸드메이든’, ‘빅 식’ 같은 영화들이다.
아마존의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는 오스카-시즌 칵테일파티에서 컬버 스튜디오에 대해 “나는 역사의 감각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컬버 스튜디오의 과거는 찬란하다. ‘레이징 불’과 ‘E.T.’가 만들어졌고, 오리지널 ‘스타 트렉’ 시리즈의 파일럿도 이곳서 찍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관중의 취향과 새로운 테크놀러지, 증가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캠퍼스의 상당 부분이 팔려 나갔다. 셀즈닉이 불타는 애틀란타를 찍었던 유명한 야외 세트장의 일부분은 현재 콘도미니엄이 들어서있다.
합병의 물결이 할리웃 영화산업을 휩쓸었고, 영화 제작 횟수가 적어지면서 컬버 스튜디오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TV 제작으로 돌아섰다. 결국 2004년 소니가 이곳을 매각했을 때는 수년간의 관리부족으로 형편없는 상태가 돼있었다. 해크만 대표는 “엄청나게 손을 많이 봐야했다”고 말했다.
연예부에 약 7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아마존은 지난해 말부터 이곳으로 이사를 시작했다. 앞으로 건물들이 완성됨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아울러 길 건너편에 짓고 있는 4층 건물도 임대, 컬버 시티 내에서만 총 35만5,000 평방피트의 사무실 공간을 할리웃 부서에 제공할 예정이다.(한편 최근 여기서 세 블록 떨어진 곳에는 애플사가 오리지널 콘텐츠 그룹을 위한 빌딩을 임대했다)
최근 아마존은 전세계 1억명 이상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프라임 멤버십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올해 50억달러를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44개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물론 적어도 10편의 영화가 현재 제작 중에 있으며, 이중에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오는 9월21일 개봉 예정인 ‘생명’(Life Itself)도 포함돼있다.
지난 해 다 허물어져가는 LA의 선셋 브론슨 스튜디오에는 넷플릭스가 이주해 들어갔다. 워너 브라더스가 버뱅크로 옮겨가기 전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이곳은 현재 2억달러를 들여 전면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며, 14층 높이의 오피스 타워와 5층짜리 또 다른 넷플릭스 건물도 신축 중이다.
그러나 컬버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복원’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클락 게이블과 비비안 리의 드레싱 룸으로 사용됐던 벙갈로 가는 길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되살리기 위해 시멘트의 텍스처와 컬러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재생해내고 있다. 100년 역사를 함부로 지우지 않고 과거의 유산에 경의를 표하며 미래의 산업에 전통유산을 담으려는 노력이다.

아마존은 연예부서의 확장을 위해 컬버 스튜디오를 15년 계약으로 임대했다.[사진 Elizabeth Lippman/ NY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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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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