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허 중국 부총리[AP=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위시한 미국의 강경파 경제·통상 대표단에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수석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를 상대로 내보냈다.
관영 신화통신은 류 부총리가 3일(한국시간 기준)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대표단과 함께 공동으로 관심 있는 중미 무역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류 부총리가 이번 미중 무역대화의 중국측 대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류 부총리는 미국이 폭탄관세를 퍼붓던 지난 3월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므누신 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중국 부총리단 4명 가운데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대외경제무역을 관장하고 서열상으로도 류 부총리에 앞서 있지만 시 주석의 중학 시절 동창인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깊은 신임을 바탕으로 이번 미국과의 대화 파트너로 나서게 됐다.
하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강성 매파들로 구성된 대표단에 맞서야 할 류 부총리의 처지는 쉽지 않다.
'매떼에 맞서는 학'이라는 중화권 매체의 표현도 등장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그간 승승장구했던 류 부총리가 이번 협상에서 역할이 모호해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앞선 미중 경제대화에서 중국 측 대표인 왕양(汪洋) 부총리가 '시 주석의 특별대표', '중국측 인솔자'로 불렸던 것과 달리 이번 협상에서 류 부총리에게 별다른 직함이 부여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대중 강경파 인사들을 마주해야 하는 류 부총리는 현재 중국의 약점으로 꼽히는 ZTE(중싱<中興>통신), 화웨이(華爲) 등 대표 통신장비업체들이 모두 상대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로지 대중 무역적자에만 관심을 두고 전방위로 중국의 첨단기술 진흥 및 기술수출 통제에 나서고 있어 류 부총리는 외통수로 몰려 있는 형국이다.
미국 대표단 일원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방중에 앞서 "중국의 경제제도를 바꾸겠다는 목표는 아니지만 미국이 중국 경제제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는 출정의 변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결과 위주'(result-oriented)의 미중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보이는 점도 류 부총리가 이번 협상에서 실질적 양보 카드를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속해서 공개적으로 자유무역 수호, 개방확대, 지식재산권 보호를 주창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중 제재와 압박을 이어갔다.
이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오랜 전략적 의구심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수치상 대중 무역역조에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중국 기업의 '짝퉁' 생산판매, 지식재산권 표절 등이 실제 끊이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중국 측이 협상 전 미국이 요구한 무역역조 시정, 첨단기술 육성 등 2가지 의제 설정을 거부하며 강경하게 맞서 있지만 류 부총리는 결국 미국에 양보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명보는 덧붙였다.
중국 측은 특히 이 같은 수세를 타개하기 위해 이번 무역대화의 회기를 연장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중미 경제의 무게감을 고려한다면, 1차 협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번 협상에서 최종 타결이 어려워지리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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