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길들이려면 채찍이 필요하다. 채찍만 때리다 보면 말은 더 흥분하고 날뛰게 된다. 그래서 채찍 대신에 당근을 물려준다. 그러면 달콤한 당근을 씹으며 말은 조용하게 주인을 따른다. 미국과 남한이 북한에 대한 정책으로 채찍과 당근을 함께 적용한 게 드디어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수 없이 쏘아 올린 북한의 미사일. 또 핵실험.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며 북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까지도 불사하는 도발을 계속했다. 그 결과 미국과 유엔은 북을 경제제재로 옥죄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제됐던 테러국가에서 다시 테러국가로 재 지정했다. 북한은 달러가 말라가기 시작했다.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된 북한.
평창동계올림픽이 궁지에 몰린 북한을 회생하게 만든다. 북을 코너로 몰아 질식시키려 했던 미국은 남한에서 열린 올림픽을 통해 북에게 당근을 물려준다. 효과는 100%. 결과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분단 된지 70년. 역사상 최초로 북의 정상이 남한 땅을 밟았다. 그리고 남과 북의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났다. 거기서 나온 선언문. 제목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이다. “군축, 비핵화, 이산가족상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진출, 올 가을 문재인대통령 북한 방문” 등이 실려 있다.
이 밖에도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의 전환, 적대행위 전면 중지,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불가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키 위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개최” 등이 담겨 있다. 여기서 가장 큰 핵심은 비핵화다. 어떻게 비핵화를 실현하느냐가 관건. 미국이 바라는 것 역시 비핵화의 실행이다.
비핵화의 실행단계는 핵사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곧 있을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 있다. 바로 핵시설에 대한 사찰 수용여부이다. 핵사찰 수용은 북이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메타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2015년 7월14일. 이 날은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날이다. 13년 동안 끌었던 핵 협상이 어떻게 타결됐을까. 이란이 핵사찰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핵사찰 수용이란 이란이 보유 또는 건설 중인 원전과 모든 핵시설들이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하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란은 군사적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도 허용했다.
2016년 1월1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핵 합의안을 성실히 실행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란은 모든 경제제재로부터 해방됐다. 과연 북한도 이란처럼 핵과 그에 따른 모든 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하에 둘 수 있을까.
미국의 당근/채찍 정책은 계속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후 “한국전쟁은 끝난다”라며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라는 분노의 한 해 뒤, 남북한 사이의 역사적 만남이 진행 중에 있다.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최종 성공여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시간이 말해 줄 것’이란, 북미정상회담은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일종의 연막을 친 채찍 전술이자 여차하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는 트럼프식 목조르기에 속한다.
북미정상회담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북이 핵사찰을 수용하여 비핵화를 실행에 옮겼으면 좋겠다. 남북정상회담의 좋은 기운이 북미정상회담에도 전해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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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뉴욕지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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