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히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순간에 자연스러운 모습보다는 늘 경직된 모습을 보게 되니 사진발이 안 나온다는 탓을 하며 별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남들의 멋진 포즈와 함께 찍힌 사진을 보게 되면 사진발만 탓할 노릇도 아니다. 간단한 예로 양손을 허리에 얹는다든지 한쪽 발을 약간 앞으로 내미는 것도 도움이 될 텐데 생각은 해도 실천 하기에는 나의 몸뚱이가 생뚱맞다고 협조를 하지 않는다. 요즈음 젊은이들처럼 기본이 되는 환한 웃음만 지어도 절반의 성공일 텐데 아직 구세대 속에서 자란 환경에 머물러 있다.
작년 고국 방문 때 내가 묵은 숙소에서 큰길로 나가는 곳에 사진관이 있었다. 입구에는 그 지역에 사는 분으로 65세 이상 되신 분은 무료로 영정 사진을 찍어 준다는 사인이 붙어 있었다. 그때의 느낌은 아! 나도 좋아하는 사진 한 장쯤 남겨두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양복을 입고 약간은 근엄하게 또는 옅은 미소를 띠며 걸려 있는 사진보다는 나 자신 의식하지 못했던 자연스러운 깜짝 사진을 마음에 두었다. 단지 단순하고 획일적인 나의 모습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을 상상 해 보니 그것은 어쩐지 부족한 듯싶고 평범하고 적당히 살다간 나의 모습이 될 수 없었다.
이곳으로 돌아온 후에 사진에 대한 생각은 점점 멀어져 갔고 주위에 산행만 열심히 참가하였다. 한 달 전에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있는 Tomales Point로 산행을 하였고 다음 날 사이트에 올라온 회원분이 찍어준 나의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하늘은 옅은 코발트 색이요 주위에는 절정에 이룬 화사한 유채꽃밭 속의 등산복 차림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나의 모습은 늘 남기고 싶었던 한 장의 사진을 찾은 듯 황홀한 기분이었다. 사진은 자연스러워야 하며 보탬이 없어야 하고 비록 사진 한 장이라도 누군가 간직할 사람은 찍어 주었던 사람과의 연결됨으로 소중한 인연이 되리라 생각한다.
호담님! 고맙습니다.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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