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왕자' 무함마드 살라가 몸과 마음에 상처만 입고 국제축구연맹(FIFA)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를 쓸쓸하게 마쳤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명문 구단 리버풀에서 뛰는 살라는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32골)에 오르며 러시아 월드컵에서 '파라오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이미 그는 러시아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 5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이집트를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은 주역이었다.

하지만 살라는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어깨 부상의 '날벼락'을 맞았다.

살라는 부상에도 월드컵 출전을 강행했으나 불완전한 컨디션으로 본래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우루과이를 상대한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살라는 팀의 0-1 패배를 지켜보기만 했다.

이후 언론에서는 "살라가 혼자서 옷도 못 입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살라는 러시아와 만난 2차전에서는 선발 출전해 페널티킥으로 자신의 월드컵 1호 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팀의 1-3으로 패배로 웃지 못했다.

이 패배로 이집트는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살라는 마지막 3차전에서 힘을 냈지만, 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1-2 역전패를 당해 끝까지 미소 짓지 못했다.

살라는 25일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 선발 출격해 선제골을 넣었다.살라는 전반 24분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수 두 명을 양옆에 두고, 골키퍼를 정면으로 마주한 상황에서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절묘한 왼발 슛으로 월드컵 2호 골을 장식했다.

자신의 첫 월드컵 필드골이기도 하지만, 살라는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동료를 안으며 기쁨을 나눈 뒤, 조용히 그라운드에 입을 맞췄다.

살라는 2분 뒤 다시 한 번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문 앞까지 골을 몰고 나갔지만, 슛이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가며 득점에 실패했다.

이후 살라는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추가 골을 넣지는 못했다.

'몸이 성했더라면 저 정도 기회에서 골을 만들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감돌았다.

이집트는 3전 전패로 A조 꼴찌에 머물렀다.

경기 전부터 살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외신들은 살라가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앞두고 우울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다.

그가 이집트 대표팀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집트 대표팀이 훈련캠프를 차린 체첸공화국 그로즈니에서 독재자 람자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반과 사진을 찍고 명예 시민증을 받는 등 체제선전에 동원된 것에 불쾌함을 느꼈다는 게 이유로 알려졌다.

이런저런 실망감을 안고 러시아 월드컵을 마친 살라는 조별리그 3차전의 최우수선수격인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된 것을 작은 위안으로 삼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