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우리집 큰애 작은애 둘다 교회 모임에서 영화를 보러 갔다. 특히나 오늘은 하루 종일 바쁜 날이었다. 나에게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왠지 복권에 당첨된 것 같달까.
나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소설도 좋아하고 만화도 좋아하고 활자와 매체로 된 것들을 읽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 즉 타인의 인생을 엿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리라. 가끔 우리 남편은 내가 소설을 너무 현실처럼 생각한다고 나무랄 때가 있다. 소설이란 현실에 있음직한 이야기를 작가가 꾸며낸 삶의 이야기이다. 즉 있음직한 이야기, 있을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이 현실이 아니겠는가.
내가 어렸을 때는 비디오도 없고 오로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우리 엄마도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셔서 어린 시절 내가 본 영화는 모두 엄마랑 같이 본 것이다. 엄마 왈 “영화관은 위험하니 엄마랑 같이 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엄마랑 ‘나 홀로 집에’도 같이 본 적이 있다. 어려서는 엄마랑 ‘독고 탁 태양을 향해 던져라’ 등의 만화를 봤고, 중고등학교 때는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와 성룡이 나오는 영화 등을 보았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하물며 ‘사랑과 영혼’도 엄마랑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 대학교 때는 괜히 폼으로 예술 영화, 제 3세계 영화, 각국의 애니메이션 등을 서울 구석구석의 영화관에서 친구랑 보기도 하고 혼자 보기도 했다. 요즘도 한국에 가면 혼자서 새벽에 조조 영화를 보기도 한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옆에서 지켜 보는 것이다. 나는 영화를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곳을 가보고, 평생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등장 인물들과 공감하고 경험하고 배우고 느낀다.
지금은 영화를 비디오나 핸드폰, 태블릿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영화관에 가서 보는 영화가 좋고 웹툰보다 만화책이 좋고, 종이로 읽는 신문이 좋은 나는 옛날 사람인가 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이 오붓한 시간에(비록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보지만) 영화를 한 편 봐야겠다.
<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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