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다애,‘무제’
해변의 황무지를 쓰고 죽고 싶다
풀 서너줄기 이어진 석양의 모래톱
고독한 동북아시아,
변방의 한 시인 어린 킹크랩의 눈단추처럼
늘 기울어진 하늘을 찾는 물별을
기다리며
스스로 황무지가 된 해변의 나는
안쪽에 옹벽을 올린 절벽의 주거지에서
새물거리는 동북의 샛눈
황무지 모래톱에 눕고 싶어라
황무지 풀밭에서 나를 붙잡고 싶지 않아라
못 죽어 눈물도 없이
바람 우는 황무지 해당화야
흰 불가 갯메꽃 나 수술에서 혼자 운다
먼 곳에서 해변의 황무지가 된다
고형렬 (1954 -) ‘황무지 모래톱’
왜 우리는 버려진 것에 매혹되는가. 폐허에는 대체 무엇이 있어 우리를 이토록 유혹하는 것일까. 슬프고 고독한 바람과 별과 꽃 때문일까. 황야에 기대어 핀 존재들의 뼈아픈 열망 때문일까. 한 때 그것이었던 우리의 기억 때문일까. 아니면 돌아갈 본향이라서 일까. 누구도 알 수는 없으리. 그러나 인적 없는 바닷가, 절벽 사이로 해당화가 피고 푸른 보라의 갯메꽃이 필 때, 그 버려진 모래톱 같은 곳을 찾아가 보시라. 당신도 황야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으리, 어느 슬프고 허무한 날에. 임혜신<시인>
<
고형렬 (1954 -)>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