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산 분리’ 완화 등 대기업과 거리 좁히기
▶ 진보층은 “친재벌” 반대
문재인정부가 기존 지지층이 반대하는 규제 개혁에 발 벗고 나서는 등 경제 정책 핸들 조정에 나섰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고용·투자 등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기존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혁신 성장’ 정책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제 정책 조정은 두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혁신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했던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적폐 청산 과정에서 불편해진 대기업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전략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진보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 지지층 일부가 “친재벌 정책”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銀産) 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은산 분리 완화 입장을 밝혔다. 은산 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것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 분리 규제를 산업혁명기 영국의 ‘붉은 깃발 법’에 비유하면서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19세기 말 영국에서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게 했다”면서 “결국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은산 분리 완화법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접근시켰다.
문 대통령의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의료기기 분야 규제 혁신 방안’ 발표 행사에도 참석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규제 개혁 대상을 원격 의료,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인 정보 보호, 드론 및 자율주행 자동차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산 분리 완화 정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은산 분리 당론을 변경하려면 합당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참여연대 등은 토론회를 열어 “정부와 여당 모두 은산 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여론을 무시하고 국민에게 정책을 주입하고 있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대선 공약집에도 ‘인터넷 전문은행 등에서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면서 은산 분리 완화는 대선 공약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기업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 SK, LG 등의 대기업 총수 일가와 잇따라 만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6일 경기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아 이 부회장과 만났다. 삼성이 8일 앞으로 3년 동안 국내 130조원 투자 등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정부의 소통 행보에 이 부회장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은 “청와대 경제참모들이 제시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경제난이 해소되지 않자 문재인정부가 경제 정책 방향을 ‘혁신 성장’으로 전환한 셈”이라며 “경제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인 규제 개혁을 혼합하는 방식으로는 경제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문재인정부가 규제 개혁에 올인하는 것은 노무현정부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연상시킨다”면서 “정책 전환으로 경제 성적표가 좋아지면 지지율 고공 행진을 할 수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진보와 보수 양 측의 공격을 받으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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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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