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세상에 대한 희망을 느끼기보다 학교가 학생을 위한 곳이라는 정의위선을 느꼈다. 대가를 바라고 무언가를 한 적은 없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2년을 과대표로서 학교행사에 밤낮없이 일했었지만 결국 과대표에 대한 표창장과 보상은 좋은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더 높은 학생인 과 1등에게 돌아갔다.
수업에 들어오시자마자 악담을 퍼부으시는 학생부장 선생님께 나는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금 희망과 격려, 용기를 주셔도 모자를 판에 왜 그렇게 부정적인 말씀만 하시냐며, 말이 힘이고 씨가 되는 거라고, 선생님이라는 존재의 이유가 안될 아이들도 되게 이끌어주시는 분 아니냐며 정중하게 따져 되묻기도 했다. 물론 딱히 선생님과의 상담도 원하지 않았지만 “좋은 대학을 진학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친구들” 위주의 상담으로 난 상담도 받지 못했다.
내가 3년을 다니면서 느낀 작은 사회의 학교는 “위선덩어리”였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어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돌아오는 대답과 반응은 결국 성적에 관한 것이었고, 학교를 통해 노력하면 더 좋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당찬 포부는 ‘나 하나 애쓴다고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도 나에게 한번도 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는데, 나에게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반드시 잘되어야겠다’라는 오기와 나만의 바른 기준으로 사람을 대해야겠다는 나름의 소신도 생겼다.
친구들과의 재밌는 수학여행의 추억, 1년 중 내가 제일로 기다리는 체육대회, 전교생 앞에서 한 발표, 연습실까지 빌려 준비했던 학교축제 공연, 반장을 도우며 학급일을 했던 부반장, 그리고 재밌는 반을 만들고 싶었던 고등학교 2학년 반장, 체육대회 때문에 꼭 하고 싶었던 과대표, 교외에서 참여한 전국모의유엔대회, 연애, 학교 앞에서 친구와 자취, 수험생활 등등 공부를 잘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우리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거 빼고는 다 해봤다. 후회가 없다. 처음 미국 올 때 엄마께 “엄마 난 공부 잘하는 거 빼고 다 해봤으니까 이제는 그 남은 공부, 최선을 다해볼게”라고 말씀드렸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존경해야 하며 선생님들도,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가 제자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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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UC버클리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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