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나에게 한국과 미국의 생활에 대한 차이점을 묻곤 했다. 미국에 살면서 가끔은 ‘어떻게 이런 나라가 세계 최강국이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한국이 모든 면에서 미국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10시면 닫는 카페와 음식점들, 와이파이라고는 대체로 학교와 스타벅스뿐이고, 길거리나 바트(bay area 샌프란시스코 전철)에는 대마초 냄새와 거지들의 아주 시큼한 땀내와 찌린내로 가득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은 ‘부당함으로 인한 억울함과 분노’였다. 사소한 이유이지만, 마트에서 아주머니가 밀쳐서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다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사과하지 않고 눈을 흘리고 가는 비매너적인 행동 또한 화가 났다. 작년 여름, 우리집은 에어컨 하자 문제로 계속 고장이 있어 여러번 관리사무소 아저씨들께 연락을 드리거나 방문 요청을 했는데, 아빠가 계실 때와 계시지 않을 때의 모든 태도와 행동들이 달랐다. 예전에 어른들께서 ‘집에는 남자가 있어야 돼’라는 말씀이, 어릴 때 나는 ‘아 집에 남자가 있어야 벽에 못도 박아주고 전구도 갈아주는 등, 여자가 하기 조금 어려운 일들을 도움받을 수 있어서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의미의 ‘집에 남자가 있어야 돼’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에서의 나이와 성별에 대한 차별의 부당함을 더 절실하게 느낀 듯하다. 인종차별을 제외하고(미국, 한국 모두 있는 것이므로), 내가 느끼기에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그 사람의 뒷 배경과 조건들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서로를 존중해주는 미국 사람들의 용기와 여유의 문화가 참으로 부럽다. 그래도 나는 한국 사람이고, 내가 내 나라의 국민임이 늘 자랑스럽지만,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식과 경륜이 늘고 저절로 인격이 높아질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무식이 늘고, 절제하지 않으면 탐욕이 늘며, 성찰하지 않으면 파렴치만 늡니다. 나이는 그냥 먹지만 인간은 저절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마음 깊이 새겨 넣고 가슴깊이 공감한 말이었다. 노력없이 저절로 가는 세월에 어떨결에 나이먹지 않고, 매 순간순간 바른 기준으로 하루하루, 세월이 갈 때마다 더 나아지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지현(UC버클리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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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이네요 가슴에 새기고 살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