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중 수필가
벌써 8월 하순이다. 이 해도 3분의 2가 지나간 시점에 시간을 실은 세월이란 이름의 열차는 자꾸 달려만 간다. 누구도 달려가는 그 기차를 막을 재간이 없기에 세월이란 기차에 실려 갈 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흔히 말들은 하나 그 나이는 살아온 세월과 살아갈 세월을 생각하게 한다. 아름다운 기억이야 그 자체로 빛이 나지만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 역시 되살려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나는 글 쓰는 일과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문학세계로 이끄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 두 일을 날개 삼아 긴 세월을 날아왔으나 그 열매는 적었기에 글 가르치는 일, 한쪽 날개를 접게 되니 어쩌면 날지 못하는 한 마리 새이거나 색 바래가는 초상화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예외 없이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인생 배낭을 다시 꾸려야 할 때가 있다. 자의냐, 타의냐를 따질 필요가 없다. 상황이 불가피하니 안하니 하며 구구한 얘기를 덧붙일 이유가 없다. 그냥 그것이 인생이다.
털어야 할 대목에서 털지 못하면 우리네 인생 배낭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버린다. 인생 배낭의 잡동사니들은 대개 미련이거나 회한이거나 미움, 배신, 불신, 오해, 질투, 불평, 후회들이다.
인생길이 힘겨운 이유는 그 잡동사니들을 버리지 않고 인생 배낭에 꾸역꾸역 꾸겨 넣은 채 메고 가기 때문이다. 털어내고 비워 내야한다. 잡동사니로 가득 찬 인생 배낭을 털고 다시 간편하게 싸야 한다. 어제는 내 생활에 있었던 것들을 오늘은 내 생활에서 없게 해야 한다. 사람의 멋, 삶의 멋은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비움에서 온다.
이제, 나는 미지의 여행길을 떠날 채비를 하며 간소하고 가벼운 배낭을 만들려고 한다.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던 봄날은 갔지만 그래도 해는 또 다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내 문학의 탯줄이 아닌가. 종이와 펜 한 자루는 넣을 것이고 그리움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니 그리움도 담을 것이다. 회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짐도 담은 간편해진 배낭을 어깨에 걸고 자연을 벗 삼아 살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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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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