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신고 의향 밝히면 폼페이오 방북·남북정상회담 ‘선순환’ 가능
▶ ‘先 종전선언’ 고수하며 판문점 선언 이행 강조시 난관 있을수도

대북특사로 재등판한 정의용(좌)-서훈 [영종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주축으로 한 대북특사단(5명) 세부 구성과 방북 일정(5일 당일)이 2일 발표된 가운데, 북한이 특사단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차후 한반도 정세를 가름하는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우선 정 실장과 서 원장 이외에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특사단 면면은 지난 3월 방북 때와 같다.
3월 대북 특사단을 이끌었던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받아들고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화답을 얻어냈다. 당시 우리 정부의 특사 외교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인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끌어냈다.
그러나 6개월 만에 다시 평양을 찾게 된 정의용-서훈 특사단이 이번에도 극적인 외교 드라마를 만들어낼지는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북미 양측이 종전선언과 핵 신고의 선후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비핵화와 평화체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등 핵심 합의는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어서다.
3월 우리 특사들의 방북에 이은 방미로 북·미가 '톱다운'(Top down·최정상에서 합의한 뒤 아랫급에서 후속 협상을 하는 것) 방식의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의 이행을 앞두고 불신의 벽에 가로막힌 북미를 다시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일은 절대 간단치 않은 과업이라는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이번 대북 특사단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과 만나 '선(先) 종전선언-후(後) 비핵화'라는 북한의 기조에 유연성을 보이면서 핵 신고, 핵물질 생산시설 동결 등의 비핵화 조치를 약속한다면 지난 3월처럼 우리 정부의 북미 중재 외교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럴 경우 이달 중 남북정상회담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 유엔 총회 계기 북미 고위급 협의 등을 통해 비핵화 진전과 종전선언 문제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질 전망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북한이 특사를 받기로 한 것은 대화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과감하고 전향적인 조치를 생각했더라도 더 높은 요구 사항으로 응수할 수 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그것을 전달하기보다는 우리 특사단에 밝힘으로써 남북관계 진전을 견인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단에 자신이 염두에 둔 비핵화 조치를 전달함으로써 성과와 과제(대미 설득)를 동시에 안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북한이 '선 종전선언-후 비핵화' 기조를 고수하면서 우리 특사단과는 주로 남북정상회담 개최 일정과 비핵화를 뺀 여타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하려 하거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밝힌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의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상황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는 대북 보조를 맞추길 요구하는 미국과, 판문점 선언 이행의 본격화를 통한 남북관계의 독자적 진전을 기대하는 북한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결국 공은 북한 쪽으로 넘어간 듯한 상황"이라며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미국 내부 상황에 비춰볼 때 북한이 자국 여론이 만족하기 어려운 카드를 던진다면 미국 정부로선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최근 북한의 태도를 보면 종전선언을 확실히 챙기지 않고서는 핵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듯한 모양새"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향배에 큰 영향을 줄 11월 미 중간선거 결과를 보고 나서야 핵 신고서 제출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대화의 틀을 넘어서는 과감한 상황 타개 방안을 특사단에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비핵화 문제를 앞으로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만드는 것도 특사단이 해야 할 일이지만 이번 계기에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당사자인 남북미중 4자가 한자리에 모여 로드맵을 만들자는 등의 과감한 제안을 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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