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를 목표로 마냥 앞으로 달려가던 10대의 시절. 갓 성인이 된 기쁨과 재미를 누리던 20대 초중반의 시절. 이 시기들이 지나면 복작거리는 사회에 스스로의 힘으로 발을 디뎌야 하는 때가 온다. 나를 포함해서 내 또래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학 생활이나 아르바이트로 경험을 쌓으며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좀 맛보았다고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것도 잠깐, 멀게만 느껴지던 어른들의 세계가 눈앞으로 닥쳐온 순간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좋아서 경험하거나 공부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평가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은 내가 이제까지 해온 것이 잘한 것이었을까 의구심을 낳는다. 학생으로서 유한 대접만 받아오다 사회인으로서 듣는 딱딱하고 차가운 말들은 여러모로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나의 미래와 취업에 대한 걱정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그때 나보다 일찍이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자신이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나와 똑같은 고민을 했을 때 내가 얘기했던 말이 생각나냐고 물었다. 친구는 당시에 나와 같이 자신이 일궈놓은 것들에 대해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많은 뛰어난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 버틴다면 얼마나 버텨야 할지를 생각하면 그 앞이 너무 깜깜했다고 한다. 그때 내가 친구에게 말했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나는 친구가 잘 해낼 것이라고 말이다. 너를 지금 믿지 못하겠으면 너를 믿는 주변 사람을 믿어보라고 말했단다.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을 생각 못 하고 나는 꽤 거창한 말을 해줬던 것 같다. 아마 당시에 읽었던 조선진 작가의 “반짝반짝 나의 서른”을 읽고 감명 깊었던 구절을 인용한 듯했다. 친구는 자신의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곤 했단다. 그리고 친구는 의심의 여지없이 내가 잘 해낼 거라 믿는다고 덧붙여 말했다. 내가 했던 말이 반대로 나에게 돌아와 위로된 것이다. 서로의 믿음은 그렇게 서로가 흔들릴 때 버텨낼 수 있게 지탱해줬다. 이제 막 어른으로서 발을 내딛는 나는 앞으로 흔들일 일이 얼마든지 더 많을 거라고 예상한다. 그럴 때마다 주저앉기엔 나에 대한 친구들과 가족들의 믿음이 너무 소중하니, 결국 나는 자신을 다시 믿게 될 것 같다.
<이수연(UC버클리 학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