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9월 15일을 명확히 기억한다. 나는 기억력이 꽤 나빠 일주일 전에 일어난 일도 잘 기억 못 하는 편인데 십 년 전인 2008년 9월 15일은 영상이 뇌리에 박힌 듯 남아있다.
그날 아침, 뉴욕 타임스퀘어 근처 호텔에서 잠이 깬 후 커튼을 젖혔다. 직장에서 한 주간 연수를 받으러 그곳에 가 있었고 그날은 월요일이었다. 길 건너편 빌딩의 커다란 전광판에 “리먼 브러더스 (이하 리먼)가 파산신청을 했다”는 긴급뉴스가 번쩍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TV를 켜니 뉴스에서는 간밤에 리먼이 결국 파산신청을 했다는 보도를 전하고 있었다.
2007년 후반부터 급격히 주택융자 부실채권과 신용파생상품 악화로 금융시장은 동요했다. 2008년 초부터 미연방은행에서 긴급자금을 대기 시작했고 세계를 누비던 큰 투자회사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3월엔 베어스턴이 정부 금융시장구제안으로 JP 모건에 팔렸다. 금융위기 전엔 전 세계 직원이 1만 6천 명이 넘고 주식가격이 133달러에 달하던 투자회사가 주당 10달러에 합병되었다. 출장을 떠나오기 바로 전엔 메릴린치도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아메리카은행 (Bank of America)에 합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리먼도 계속 구제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었고 금융시장에서는 어떤 구제안이 나오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 아침 연수를 받으러 가는 길에 리먼 빌딩 앞을 지나쳐갔다. 뉴스가 터지기도 전에 평상시처럼 출근길에 나섰던 리먼 직원들은 닫힌 빌딩 주변에 서서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망연자실 바라보고 서 있었다. 당시 전 세계금융계의 자산규모 4위인 리먼의 파산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마치 핵폭탄이 금융경제계에 던져진 듯했다. 또한 주택금융시장의 최대 브로커로 많은 모기지 채권시장의 서비스 역할을 담당했던 리먼의 파산은 그 서비스가 졸지에 중단되어 금융시장에 막대한 혼돈을 가져왔다.
최근에 글로벌 금융위기 10주년을 맞아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그중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업자이자 펀드매니저인 레이 달리오가 발간한 책이 눈에 띄었다. 그는 1975년에 방 두 칸짜리 아파트에서 헤지펀드를 시작해 160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회사로 키웠는데, 특히 2007년에 국제금융위기를 예견하고 금융위기 동안에도 흑자를 냈을 뿐 아니라 2008년에 이런 금융위기를 맞아 신음하는 전 세계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의 에세이 “경제라는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기 위한 템플리트”를 발표했다.
달리오는 신간에서 전 세계 자본시장의 100여 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로 다시 한번 그의 자본경제에 대한 이해를 나누고 현 상황을 분석했는데 그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와 포퓰리즘 등의 현 상황은 1937년과 비슷하고 자본주의가 대다수의 사람에게 작용할 수 있도록 애쓰지 않으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모두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자본시장에 위기가 오면 국내외에 마찰이 점점 커지고 서로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양극화가 극에 달할 때 결국 1939년 세계 2차대전이 일어났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3년 후에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다음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는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그의 지혜에 귀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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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재정전문가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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