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세포마다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계절의 흐름이 신비롭다. ‘이상기온’이니 뭐니 해도, 계절은 의연하게 제 갈 길을 간다. 창조주의 ‘거룩한 뚝심’이라고 할까.
옛 속담에 “봄 일은 며느리 시키고 가을일은 딸 시킨다”라는 말도 있듯이 가을 햇살은 봄 햇살보다 훨씬 부드럽다. 사실 매년 맞이하는 가을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요즈음에는 가을이 사뭇 새롭게 다가온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세세한 변화들을 깨닫고 이런 변화들이 삶을 지배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을은 넉넉하고 풍성하지만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하기 위해 서서히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겨울을 보내며 봄을 맞이하고 어느덧 여름을 밀어내고 다시 돌아온 가을. 우리도 깊어가는 이 가을에 자신을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니 마냥 가을을 좋아할 일이 아니다. 가을은 근엄한 표정으로 나에게도 한 해의 결산서를 요구하고 있다. 막상 돌아보니, 열심히 살아오긴 한 것 같은데, 최선을 다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는가? 겸손히 섬기는 일에도, 열린 마음으로 나누는 일에도, 기도생활에도, 칭찬하는 일에도, 배려하는 일에도, 인내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는가?” 가을이 되면 이런 물음들 앞에서 절로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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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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