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친구가 전보다 의욕이 없고 우울해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존감이 굉장히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외모도 귀엽고, 성격도 다정다감하고, 아는 것도 참 많은 내 친구. 그런데 정작 자신은 잘난 것도 없고 사랑할 구석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렇지 않다,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주어도 그 순간을 벗어나면 다시 자책과 비교를 반복한다고 했다. 친구의 절망감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대체 자존감이 무엇이기에 무기력과 우울까지 가져오는 것일까.
자존감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뜻한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다 보면 자기혐오, 죄책감, 무기력, 열등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오고,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자신을 미워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외모가 예쁘지 않아서, 성격이 소심해서, 공부를 못해서, 능력이 없어서 등. 어떤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인정과 사랑에서 찾기도 한다. 이들은 타인의 평가나 반응에 크게 흔들린다. 하지만 나 자신을 미워하면서 타인의 인정과 사랑만을 갈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구멍 난 부분을 메워야 독을 채울 수 있듯이 내 스스로가 나를 먼저 높이 평가하고 사랑해야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사랑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이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을 가질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자존감은 반복된 훈련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나를 이런저런 이유로 미워해왔다면 이제부터라도 나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기로 결심할 필요가 있다. 마치 부모가 아이를 사랑할 때 아이의 조건을 보고 사랑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내가 나 자신의 좋은 부모가 되어주는 것이다. 나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면 어떤 말을 할 것 같은지 생각해보라. 괴롭고 불안한 나에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최선을 다했잖아,” “너무 걱정하지마. 잘 할거야”라며 위로와 격려를 해주지 않겠는가.
오랜 시간 자신을 미워하며 살아온 사람은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랑하고 싶지만 미워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하다 보니 자꾸만 그 쪽이 끌린다.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불행마저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불행의 궤도를 벗어날 때 내가 행복해질 것을 믿고 이러한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뇌는 생각대로 움직이며,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생각이나 행동이 반복되면 뇌 신경세포 간에 회로가 형성되는데, 이는 뇌에 작은 길이 나는 것과 같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긍정적인 회로가 만들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의 뇌에는 부정적인 회로가 크게 형성되어 있다. 그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이미 생겨난 길을 뒤로 한 채 새로 길을 내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처럼 어려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뇌는 새로운 길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한 정신과 의사가 쓴 책에 따르면,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는 것은 옳은 일이며, 행복해지는 일이다. 또 누구에게도 손해나 상처가 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면, 오늘은 슬픔과 억울함에 잠겨있을 내 자신에게 먼저 사과를 해보자. 나는 그동안 나를 그대로 받아주지 못했고 부끄러워했고 불만스러워 했다. 거울 앞에 서서 나에게 “미안해,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나를 미워했어. 힘들었지. 정말 미안해!” 라고 말해보자. 그리고 이제부터는 “괜찮아”라고 말하는 연습을 해보자. 그동안 나를 미워했던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말해주자. 우리는 모두 사랑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다.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 지금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면 된다. 자신을 사랑해도 괜찮다.
(703)76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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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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