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실력주의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은 사회적 이상을 실현 시킬 도구로 ‘실력주의’(meritocratic)를 주장했다. 사회적 신분 상승은 가족의 유산이나 배경 보다는 개인의 지능과 노력에 따라 결정되어야 사회적 유동성이 촉진된다고 믿었다.
그의 이상을 수용한 영국의 노동당은 ‘상태의 평등’ 이상인 부와 권력 및 지위의 불평등은 가능한 최소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외치다 ‘기회의 평등’ 이상인 인종이나 성별, 출생의 특권 차별철폐 원칙으로 정강정책 노선을 바꿀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실력주의 어두운 면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했다.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다 보니까 상태의 불평등을 정당화 시켜주는 비극을 낳았기 때문이다. 실력주의가 처음에는 상당한 유동성을 촉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새로운 신흥계급을 만들어 내며 세습의 길로 들어서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자유시장 경쟁사회에서 부유층들은 정치권에 거대한 로비자금을 뿌리며 정책과 법률을 통해 큰 혜택을 누리지만 상대적으로 저소득층들은 이것들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
진보 개혁가들은 사유재산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상태의 불평등’을 인정하고 ‘기회의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프랑스 정치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는 현존 질서의 정통성과 자본주의 이익동기를 정당화하려면 필연적인 결과인 거대한 불평등을 초래한 ‘세습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로 향한 길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기회의 평등 이상을 추구한 민주주의를 심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18-20세기 300년 자본주의 역사적 실증통계를 분석한 피케티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의 근본 원인은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과 임금상승률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득과 부의 불평등 연구서인 ‘21세기 자본’에서 말하고 있다. 그는 세습자본주의를 그대로 방치하면 사회정의의 가치가 훼손되어 극단을 치닫는 계층간의 불협화음을 내며 18세기 프랑스혁명처럼 사회변혁의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21세기가 가기 전에 필연적으로 다시 한 번 휘몰아칠 것이라 고 경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역사는 언제나 스스로의 길을 찾기 때문이다.
기회를 가로막으면 가진 소수와 못 가진 다수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위험에 빠진다. 20세기 미국을 운영한 사람들은 미국 사회질서의 정통성이 하층계급의 도전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1960년대 인종폭동을 겪으며 뼈저리게 느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기득권층들은 숙명적인 투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결코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버티다 한 순간의 이슬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근원적이고도 가장 위험한 고질적인 병폐는 인종 갈등과 계층간의 갈등이다.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무질서를 초래 한다.
미국의 고등교육에서 가장 위대한 개혁가 중 한 사람인 찰스 엘리엇(1834-1926)은 1874년 “자유의 본질은 기회의 평등에 있다.
부자가 무지하고 세련되지 못할 때는 국가가 해를 입으며 유산이 문화와 분리될 때 완전히 저주가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사회적 무질서의 혼란은 막대한 부와 권력의 불평등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부유층과 기득권층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그의 교훈은 세상을 떠난지 91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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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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