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를 하면서 뉴스를 보던 어느 날 무심코 한 화면에 눈이 갔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스르르 승용차 한대가 가던 길을 멈추었다. 한 남성이 차에서 내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노숙자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와 머플러를 벗어 그에게 입혀주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광경이어서 잠시나마 보는 그 순간 감동을 주는 장면이었다.
어딜 가나 노숙자들의 모습을 한두번 목격하게 되는 것도 아닌데 이토록 마음을 찡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스컴을 통해 이즈음 선행을 베푸는 이들의 기사와 사진을 많이 접하게 된다. 수없이 많은 사건과 사고에 만성이 되어서인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곧잘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처럼 선행을 베푸는 이들과 이 선행을 영상에 담아 기록으로 남겨두는 특별한 경우가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오늘의 이 미담도 겨울 날씨에 모닥불처럼 피어올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베품도 용기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나의 친구 중에는 유독 불쌍한 이들에게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다. 가방 속을 만지작거리며 머뭇거리는 나에 비해 준비된 사수마냥 소량의 돈이라도 그들에게 쥐어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보였다. 착하고 선한 마음의 울림은 똑 같을 터인데 매번 돌아 나오며 나는 후회를 거듭 거듭하곤 한다.
한겨울의 차가운 주일 아침, 볼티모어 성당 근처 사거리를 지날 때면 한 흑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볼티모어 선 지 아침신문을 팔고 있다. 일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노숙하고 구걸하는 일부 젊은 백인이나 흑인들을 보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던 나에게 이 흑인 할아버지는 언제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때로는 유럽 등지를 여행하다 도심지 한 복판에서 여러 가지 재능으로 숨은 기술을 뽐내거나 능숙한 솜씨로 악기를 다루는 악사들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들 앞에 놓인 모자나 종이박스에 조용히 다가가 지폐나 동전 몇 닢을 집어 넣어주는 구경꾼들의 밝고 여유 있는 모습은 여행에 지친 우리들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처럼 신성한 노동의 대가는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어 선뜻 손을 펴게 하는지 모른다.
이제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크고 작은 나눔의 훈훈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할 때이다. 지난 해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한 사람이 있어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이 기부자를 찾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알고 보면 이들 기부자들은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구두쇠 같은 근면함이 몸에 밴 보통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는 마음이 숙연해 진다.
사회의 각종 단체를 통해 헤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후원금이나 자선금을 투척하는 사업가들의 기부금도 사회에 필요한 선행임에는 틀림없지만 지금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외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까운 이웃의 진심어린 배려와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잦아질수록 세상은 더 밝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베품이 부메랑처럼 기쁨이 되어 베푸는 이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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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 우드스톡,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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