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매듭의 연속이다. 출생과 죽음의 큰 매듭 사이에 수많은 매듭이 있다. 2018년을 마감하는 또 하나의 작은 매듭을 맺으며 겸허히 지난 한 해를 돌아 본다. 오랜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은퇴자로서 봉사활동에 나름대로 좀 더 관심을 쏟아 왔기에 ‘섬김의 기쁨’에 대해 마음을 나누며 올해를 마감하고 싶다.

예수는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태 20:28) 하셨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섬김의 극치이다. 그 분은 이 섬김을 통해 우리에게 궁극적이고 영원한 영광의 소망을 주셨는데, 인간의 삶에는 소망이 필수적이며, 소망이 없는 삶은 단순히 존재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사실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사람이 소망 없이는 살 수 없다. 소망이 없이 사는 사람은 삶을 마감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표현했다.

흔히 인생은 이 세상에 잠깐 왔다 가는 나그네 길 이라고 말하는데, 어떠한 사연이 있던지 조국을 떠나 이국땅에 정착한 우리들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더 나그네 삶을 살고, 따라서 언어 장벽을 위시해 더욱 많은 난관과 고난을 경험하고, 그래서 자칫 소망을 잃고 낙심과 좌절 가운데 헤메기 쉽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워싱턴한인복지센터와 같은 봉사기관의 활동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의 대표적 봉사기관 워싱턴가정상담소와 같은 해인 1974년에 워싱턴봉사센터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복지센터는 44년간을 지속적으로 동포들을 섬기고 있다.

2017년 사업 보고서에서 필립 조 이사장은 “한인 복지센터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가족과 개인이 불균형에서 균형으로, 불확실성에서 확실성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의존에서 자립으로, 수혜자에서 후원자로 옮겨 갈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실어 주었다”라고 말한다.

나는 얼마 전부터 이런 귀한 기관에 영어통역 자원봉사자로 섬길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 자원봉사는 자기의 시간과 재능 등을 대가 없이 나누어 주는 희생적 행위라 말 할 수 있기에, 봉사 하며 기쁨과 감사를 느끼는 것은 본질상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논리로는 설명이 안된다. 그러하기에 이것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신 인간의 타락 이전의 모습을 슬쩍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얼마 전 복지센터의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베푼 감사의 자리에 초청되어 음식과 친교를 나누고, 또한 봉사자들을 위한 간단한 교육도 받았다. 이 들 중에는 실로 오랜 기간을 봉사하신 분들이 계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또한 제한된 인적, 재정적 자원으로 동포들을 힘써 섬기는 센터 직원들께도 새롭게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도움을 요청하는 동포들을 제한된 형편으로 충분히 도와 드릴 수 없어 아파하는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새해에는 좀 더 넓은 사랑과 관용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동포들,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좀 더 성숙한 센터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 본다. 진정한 희생과 사랑은 손익을 따지지 않는, 마치 계산서를 잊어버리는 숭고한 행위임을 본인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빅토르 위고는 인간에게는 세가지 싸움, 즉 자연, 타인, 나 자신과의 싸움이 있다고 말했는데, 새해에는 좀 더 나 중심에서 타인 중심으로, 또한 하나님 말씀 중심으로 옮겨가는 치열한 삶을 기대해 본다.

<박찬효 약물학 박사,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