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2019년 지난 1일 한국의 주요 언론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보다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를 부각시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워싱턴에서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는 김정은의 언급도 주목된다.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중단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능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미국내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비핵화와 관련한 획기적 내용이 담기지 않은 건 아쉽다. 현재 보유한 핵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기존 핵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또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을 풀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신년사가 북핵 폐기 대신 ‘핵보유국’임을 주장하고 자력갱생을 천명한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 미국에 “우리 인내를 오판 말라”,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 길을 모색하겠다”는 경고를 덧붙인 대목은 협상이 궤도를 이탈했음을 잘 보여준다. 김정은은 남북군사 훈련과 주한미군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도 요구했다. 요구 조건을 자꾸 추가해가며 비핵화 부진의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떠넘기는 모습이다. 결국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없으며 ‘핵 감축 협상’을 통한 반대급부 확보가 목적이라는 게 더 분명해졌다.
이런 터에 남북한 대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칫 미·북 협상이 ‘미 본토 위협을 않겠다’고 확약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기라도 한다면 한국은 ‘핵 무력 대국’ 북한의 인질이 돼 온갖 굴욕을 당할 게 너무도 뻔하다. 온갖 미사여구를 교환하며 금쪽같은 기회를 허송하지 말고, 문재인 정부는 북핵 폐기의 가시적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8년 만에 미 하원 다수당으로 복귀한 민주당은 북핵 문제가 미국의 중요한 안보 현안이라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쇼에 치중하는 미·북 협상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게 되는 엘리엇 엥걸 의원은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비핵화에 헌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소환하는 등 외교적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식 충동적 대북 결정 가능성은 줄어들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발할 경우 대북 정책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더구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대통령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내비친 상태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 모면용으로 미·북 정상 쇼에 몰입할 수 있고,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 동맹 현안을 즉흥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 커진다.
“한국은 전달자가 아니라 중재자예요. 우리는 미국과 북한이 협상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죠” 라고 말한다. 중재자라는 것은 동맹국에 대해 좋은 입장이 아니다. 한쪽(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고, 지금도 한국을 지키기 위해 2만8천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동맹과 적 사이의 중간 지점은 한국이 있기에 좋은 자리가 아니다. 한국은 둘 사이를 중재하기보다 (대북 제재)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는, 북한에 대해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편에 서야 한다. 한국은 북한의 옹호자로 행동하기 보다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보다 협력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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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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