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새 아침을 열면서, 남편과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드라이브하던 중이었다. 슬그머니 우리 곁을 지나던 차에서 뜻밖에 낯선 사람이 창문을 열고 “해피 뉴 이어”라며 손을 흔든다. 연세가 지긋한 노인분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따라서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며 그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
낯선 사람으로부터 따뜻한 새해 아침인사를 받고 보니 희망찬 새 아침을 연 것 같아 왠지 어깨가 으쓱해진다. 일년의 계획은 새해 첫 날부터라고 결심을 하나씩 열거해 보노라니 ‘인사 잘 하기’가 언뜻 머리를 스친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다민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나라라 어딜 가던지 인종 박물관을 연상하게 된다. 이들과 함께 살아가다 보면 나라마다의 특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인사하는 법이다. 70년대 잠시 미국에 발을 들여놓고 살 때였다.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도 눈이 마주치면 몸에 밴 듯 먼저 미소를 건네는 미국인들의 자연스런 인사에 쑥스러워 눈길조차 마주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면 가정이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식 교육의 결과임을 깨닫고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도 일찍부터 이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단련시켰다.
전통과 피부색이 다른 수많은 타향살이 이민자들은 뼈 속 깊이 생활의 고달픔이 몸속에 스며들어 있어서인지 사람을 대해도 미소가 없다. 아프리칸이든 아시안이든 라틴계이든 그들만의 표정과 몸짓은 같은 동네에 살아도 이웃이 아닌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고난 인성도 있겠지만 그들 중에는 인사를 건네도 고개를 돌리거나 또는 마지못해 무성의하게 대꾸하고는 귀찮은 듯 지나가는 이들 속에 나와 같은 동포도 있어 실망감을 더할 때가 많다. 열 번을 만나도 강아지와 산책하는 중년의 남자는 먼저 인사하는 법이 없다. 그런가 하면 어떤 아줌마는 저만치 오면서부터 우리를 의식한 양 폰을 귀에 꼽고 눈이라도 마주칠세라 바람같이 지나가고 나서야 팔을 휘저으며 걸어간다. 굳이 다른 나라 사람을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동포 이웃끼리라도 만나면 반가이 미소 짓고 목례하며 짧은 인사라도 주고받으면 좋으련만. 매번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인사는 한 사람의 인격을 은연 중 풍기게 하는 몸짓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짧은 걸음걸이로 산책하는 중국 할머니를 만날 때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동그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고 인사하는 그녀는 우리를 같은 중국인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도 그게 무슨 대수랴.
바쁜 시간을 쪼개며 살아가는 차가운 인간관계 속에서라도 소소한 미소가 낯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을 열어갈 수 있다면…. 오늘도 나는 미소 띤 굿모닝으로 신년의 새 아침을 맞이하려 한다.
(blog.naver.com/soon-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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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 우드스톡,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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