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회담(會談)까지 며칠 안남았다, 그런데도 실무협상은 쳇바퀴 돌 듯 빈손이라 문제가 심각했다. 우선, 북한이 핵 신고·검증의 비핵화 로드맵을 거부한 것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실무합의 없이 정상 담판으로 간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의 이벤트로 끝났던 싱가포르 회담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당시 김정은의 위 상을 높여주고,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인 양 대우한 셈이 됐다.
베트남 하노이는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의 심장부이며,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경제 협력관계를 시작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베트남 하노이는 변화와 혁신을 선택한 나라가 무엇을 얻을 수 있으며, 고립노선을 버리고, 적대관계를 극복한 나라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다. 1975년 4월 베트남이 공산화한 이후 미국과 베트남 관계는 단절되었다.
기록을 조사해 보니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실시했다. 적대관계에 있던 두 나라 관계에 15년 후 변화가 찾아왔던 것이다. 베트남은 미국의 말을 듣고 1989년 베트남 정부가 캄보디아 주둔군을 철수하고, 옛 남베트남 정치범의 미국 정착을 허용하며, 베트남전쟁에서 실종된 미군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조하였다. 베트남 정부가 변화와 개혁을 선택한 것이다. 1991년 미국은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 시작하더니, 1994년 2월에는 경제 제재를 완전히 해제했다. 1995년 7월에는 베트남에 대한 국교 정상화 성명을 발표했다.
2000년 7월 베트남과 미국 사이에 무역협정이 체결되고 2000년 1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하여, 양국은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을 약속하였다. 국교정상화 성명이 발표된 후, 4억5천만 달러에 불과하던 미국과 베트남의 무역 규모는 20여년이 흐른 2016년 520억 달러로 늘었다. 100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1995년 275달러이던 1인당 소득은 2018년 2,589달러로 약 10배가 늘었다.
지난 6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해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에 참가 한 후, 지난10일 미국으로 돌아왔다. 비건 대표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 협상이 아니라 입장 타진이었다”는 말로 협상 결과를 평가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좁혀야 할 입장 차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이 아직도 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여름 하노이를 방문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이 아니 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 나라가 미국과 함께 하면서 더 밝은 미래를 창조하기로 결정하면, 미국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므로 베트남의 기적은 북한과 김정은의 기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핵을 보유한 채, 고립과 자멸의 길을 갈 수도 있고, 핵을 포기하고, 평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지금 미국 조야(朝野)에서 하노이 회담 무용론이 나는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은 “미·북이 비핵화 개념부터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대화를 제재 완화 시간벌기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낙관적 얘기만 하고, 정부 영향력하의 매체들은 벌써 하노이 선언 운운하며 환상을 부추긴다. 하노이 회담에서 또 공허한 선언만 나온다면, 북한의 핵무기 양산을 거드는 꼴이 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믿고 핵을 깨끗이 버리고 평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북한 인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김정은은 명심하고 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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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 한미자유연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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