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숙연한 마음으로 함께 불렀던 합창을 가슴에 담고 살 것이다.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하고 시작되는 삼일절 노래 말이다. 100년 전 있었던 그 사건을 기리며, 꺼져가는 나라의 주권을 사수하려고 목숨을 내걸고 애쓰던 선조들이 피맺친 외침이 담긴 이 노래는 우리에게 지금도 선명하게 느껴진다.
26년 전인 1993년 봄,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도 뜻 깊었던 3.1 절 행사가 있었다 이 지역 교포 남녀노소 150여명은 DC 일본대사관 앞 Massachuussets Ave 인도에 모여 일본 정부에 정신대 대책을 요구하였다.
그 몇개월 앞서서 맨하탄의 유엔 본부 앞에서 정신대 황금주 할머니를 모신 항의 데모에 참석했던 필자는 3월 1일에 이곳의 동포들과 이 행사를 할 것을 계획하고 교회 여선교회 회원들과 함께 준비 작업을 하였다. 이 지역 교회들과 한인단체들의 참가를 독려하는 편지를 보냄과 함께 행사 당일 곳곳에서 참가자들을 운송해올 사람들, 마이크와 전단지, 참가자들을 위한 물, 한국 방문 친지를 통해 구해온 흰색 한복도 10벌 준비하였다. 또 그 지역 경찰서에 가서 가두 시위 계획 예정을 보고하고 관련된 유의 사항을 브리핑도 받았다.
아마도 워싱턴에 와서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던 때문인지 시작부터 마치기까지 주체자, 참가자 구별없이 모두 뜨거운 마음으로 도왔다.
일본 대사관 정문을 마주해 서서 사물놀이 팀이 북과 괭과리로 한민족의 소리를 내었고 하얀 소복을 입은 10명의 여인을 앞세운 참가자들은 삼일절 노래로 시위를 시작하였다.
이날 우리가 가진 시위의 내용은 “정신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 및 후세를 위한 교과서 기록 및 기념비 설치” 를 요구하는 선언문 낭독 및 구호 외침의 순서였다. 경찰 몇명은 시간 전부터 와서 어린 아이들이나 차도에 가까이 선 참가자 등을 보호하는 임무에 열심이었는데 60년대에 한일협정 반대로 시끄러울 때 대학생들이 거칠게 다루어지던 것을 목격하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시위가 시작될 때 창문 커튼을 내렸던 대사관 일본 직원들은 2층 창문 한쪽으로 내다 보기도 했다. 우리가 든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 왔는지 지나던 행인들과 차들도 길을 멈주고 전단지를 받아들고 가기도 했다.
다음 해인 94년 6월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일왕 “아끼히또”가 이 곳을 방문하여서 중국인들과 함께 600 여명이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하는 등 주류 사회와 세계의 이목을 끄는 노력이 이어졌고, 이후 유엔 인권 소위원회의 의제 채택 그리고 연방의회의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까지 이어졌다.
1990년에 정신대 문제 대책을 촉구하기위해 한국 정신대 대책 협의회가 창립되었고 1991년 8.15에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의 증인으로 나타난 이래 2011년 말에 이미 천번째의 수요시위를 하였고 세계 최장수 시위로 기록을 세운지도 십수년이 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신대 문제의 진상을 알리고 그 해결을 호소하려고 노구를 이끌고 이곳의 의회, 홀로코스트박물관, 프레스 센터, 대학 등을 다녀가신 황금주, 김상희, 김순덕 할머니등을 포함한 숱한 할머니들이 이미 돌아가셨다.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를 포함한 겨우 20여 명의 9순의 피해자 할머니들도 증언을 외칠 기력이 쇠잔해가고 있다.
다시금 3.1절 노래를 생각하면서 이 가사를 쓰신 정인보 선생님께서 아마도 알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를, 저 유명한 처칠의 명언이 떠오른다.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
강순임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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