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다. 지금부터 반세기전 매일 교정을 같이 거닐던 단짝들이 해맑은 그들 세 명의 여학생들은 자칭 삼총사라 부르며 미래의 꿈을 재잘거렸다.
때가 되어 지식과 인격의 고향인 학교를 떠난 삼총사는 한 사람씩 주부의 길로 남편을 따라 흩어지고 각자의 둥지에 묻혀 서로를 잊어갔다.
삼총사의 소식들이 오고 간 것은 십 수년이 흘러간 후였다.
K부부는 사업에 성공하여 준재벌이 되었고 부잣집으로 시집 간 B는 여성 편력이 심한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 둘을 양육하며 외롭게 지낸다 하였다.
미국에 와서 맞벌이 하며 아들을 두고 있던 M은 두 친구의 대조적인 삶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미국의 거대한 땅에 뿌리 내리려고 정신 없이 일하며 살다 보니 세월이 바람같이 지나가 버렸다. 드디어 서민의 삶으로 모든 여건이 자리 잡힌 M부부는 은퇴를 하고 그립던 고국을 방문했다.
울타리를 벗어난 암탉처럼 두리번거리며 인천공항에 내리니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심으로 들어서니 미세먼지가 안개처럼 시야를 가렸고 뭉게구름 떠돌던 푸른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높은 건물과 대단지 아파트, 수많은 외제차들로 발전되어 있는 서울거리는 어수선해 보였고 시위대가 광장을 메우고 확성기에서는 애국자들의 목소리가 우렁찼다. M은 친구들과 만나고 오랜만에 동창회에 참석했다. 그들은 반가움과 호기심으로 이민생활에 관해 듣고 싶어했고, 그들의 의상이며 소지품들은 고급스러워 오랜 세월 일만하며 살아온 M은 미국서 온 촌뜨기였다.
삼총사가 다시 만나 재벌이 된 K집에 며칠을 함께 머무르며 쌓인 회포를 풀었으나 삼총사였던 그 시절처럼 대화가 통하지 않았고, 공감이 안되고 가치관이 달라져 있었다. 이재에 밝은 K부부는 재산증식에는 열정적이나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의 진리는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아흔아홉 섬을 가지고도 한 섬이 모자라 애태우는 사람은 항상 괴로울 것이다. M은 여러 날을 많은 것을 듣고 느끼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창 밖으로 멀어지는 조국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기었다.
멀리 보이는 산이 아름답다고 한다. 가까이서 본 내 고향은 아직도 고쳐지지 못한 부분들이 안타까움을 남겼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며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이루어놓은 저력 있는 민족이지만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는 여전하고 국가의 채무는 쌓여만 가도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개인주의는 굳어져 있었다. 정치인들의 이기적이고 치열한 당파싸움은 국민분열을 가져오고 심각한 환경공해는 국민건강을 좀먹고 있었다.
이제 편안한 노년기를 즐기고 있는 M은 나무가 울창한 공원을 남편과 평화롭게 거닐며 안정된 사회에서 맑은 공기를 숨쉬고 있음에 더없이 감사하고 황사와 매연 속에 살고 있는 고국의 동포들이 생각나며 한국의 정치문화가 바로서고 국민이 단합하여 질서 있는 복지국가가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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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포토맥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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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람들은 그때그때 다르지요 다좋게보는 눈이필요합니다 다른이에 피해만안준다면 당신도 돌아보시요 한결같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