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허약한 사람들에게 끌린다”
▶ 미국서 ‘홀’ ‘재와 빨강’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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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홀(The Hole)’로 2018년 미국문학상 ‘셜리 잭슨상’을 수상한 편혜영 작가 의 문학세계가 조명됐다.
26일 UC버클리 한국학센터 주최로 열린 독자와의 대화에서 편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 영향을 준 요소로 ‘아파트와 메밀꽃’을 꼽았다. 그는 “어린시절 개발을 목전에 둔 서울 동쪽에 살면서 논이나 메밀꽃밭이 아파트로 바뀌는 과정을 목격했다”면서 “먼지, 소음, 공사자들의 거친 입담은 익숙한 풍경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편 작가는 “거대한 아파트가 하늘을 가리고 메밀꽃밭이 사라질 즈음 우리 가족도 서민주공아파트에 입성했다”면서 “아파트는 최선을 다해 서로 비슷해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주택형태로 동일한 삶의 모습에 동질감, 안정감을 느끼는 내 소설속 인물들과 무척이나 닮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선을 다할수록 엉망이 되는 삶, 수많은 이웃들이 있지만 늘 혼자라는 생각에 시달리는 사람들, 거대한 아파트-서울이라는 복잡한 공간에서 현재를 살고 미래를 도모하는 사람들, 이 도시 한복판에 어리둥절한 채로 놓여 있는 사람들, 우스꽝스럽고 안타까운 정치사회적 상황에서도 꿋꿋이 생을 꾸려가는 사람들, 나는 그렇게 허약한 사람들에게 끌린다”고 말했다.
편 작가는 “2017년 ‘홀’과 2018년 ‘재와 빨강(City of Ash and Red)’이 영어로 출판됐지만 미국에서는 신인작가”라면서 “미국, 프랑스, 폴란드에서 한국의 ‘스티븐 킹’, ‘카뮈’, ‘카프카’와 비교했지만 3번째 작품부터는 편혜영만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상상력은 레고조각과 같아서 체내가 쌓여있던 다양한 영향들이 튀어올라 창작의 원천이 된다”면서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홀이라는 영어제목을 사용한 것은 구멍, 구덩이보다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라면서 “‘식물애호’란 단편에서 장편으로 확장된 ‘홀’은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공포적 상황을 더 묘사했다”고 들려줬다.
이날 편 작가는 브루스 풀턴 교수(브리티시 컬럼비아대)와 ‘홀’의 일부분을 낭독하며 독자들과 문학적 숨결을 나눴다. 통역은 UC버클리 번역문학워크샵에 참여했던 김유정씨가 담당했으며 UC버클리 학생들과 버클리문학회원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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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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