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에 있었던 제 64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것으로 인해 한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있었다.
김원봉은 일제강점기에 의열단 조직을 하여 국내의 기관파괴, 요인 암살 등 여러 차례 무정부주의적 항일 투쟁을 벌였고, 후에 조선의용대를 결성하였다. 조선의용대는 광복군에 편입되어 김원봉은 광복군 부사령관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무부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1948년 김구, 김규식 등과 함께 남북 협상에 참여한 뒤 그대로 북한에 남아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을 거쳤으며 1952년에는 6·25전쟁에서 공훈을 세웠다며 김일성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그의 이러한 전력으로 인해 항일 독립운동가였지만 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서훈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을 문 대통령이 치켜세우는 발언을 그것도 현충일 추념사에서 하자 야당에서 맹공을 퍼부은 것이었다. 청와대는 “이념과 정파를 넘어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에 대한 역사적 사례를 든 것”이라고 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통합으로 가자면서 국민을 가르는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난했다.
올해 초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가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할 것을 권고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일을 그 연장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진보 진영에서 김원봉 선생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하기를 원한다면 보수 진영에서는 이승만 박사를 국부로 추대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 왜냐하면 김원봉에게 조국과 민족을 위한 큰 공(功)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과(過)가 있는데 공적에만 중점을 두어 재평가를 한다면, 이승만도 그가 범한 과오를 뒤로 하고 공적에만 초점을 맞추어 재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만 박사는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 터를 닦았다. 김원봉의 월북 사건이 말해주듯이 당시 미군정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한 국민들 중 60% 이상이 사회주의를 선호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여 오늘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 이승만은 대한민국이 유엔에서 국가로 공인 받도록 외교 역량을 발휘했다. 이 일은 6.25 전쟁 시 유엔군이 참전하게 되는 발판이 되어 대한민국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휴전협정을 반대하면서 휴전의 대가로 한미동맹을 얻어냈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이 국력을 경제발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여 우리 조국이 지금의 자리에 서는데 도움을 준 요인 중의 하나이다.
이승만이 이러한 공적이 있지만 과오도 분명히 있다. 첫째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않은 것이고 둘째는 인재들을 잘못 등용하여 부정부패가 퍼지게 했으며, 셋째는 사사오입 개헌과 3.15 부정 선거 등으로 장기집권을 꾀하여 4.19를 불러왔다. 자신이 주도하여 터가 닦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던 인물이 이승만이다. 이승만도 김원봉처럼 잘한 면이 있지만 잘못한 점도 많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인물이든 현재의 인물이든 한 인물을 평가할 때에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그 인물의 공과 과에 대해 균형 잡힌 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약산 김원봉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과는 뒤로 하고 공만 앞세운 감이 있어 아쉬움이 있다.
공적과 과오가 섞여 있는 대한민국 근대 역사 인물들에 대해 온전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시대적으로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힘을 합쳐서 헤쳐 나아가야 할 일들이 산적한데, 역사 인물들의 재평가로 인해 분열을 더욱 가중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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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승룡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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