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학교들이 휴교가 되면서 마트 습격이 시작되었다. 급기야 3주 동안 집에서만 생활하라는 명령이 정부로부터 내려왔다.
이렇게 매일 급변하는 상황 속에 사람들에게 ‘병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삶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한 두려움’도 함께 몰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경계심과 조바심, 그리고 불안함을 누르기 위한 채우기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나도 앞으로를 대비하여 식품을 구비하기 위해 마트를 가게 되었는데 오히려 이곳에서 불안이 더 가중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마트에 도착했을 때, 주차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마트를 나오는 사람들의 카트에 한 가득씩 담겨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 ‘불안’이라는 어택(Attack)이 한 번 오더니, 계산대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서 한 번 더 오고, 마지막으로 진열장에 물건들이 없는 것을 보고는 패닉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더군다나 아시아인으로써 조심해야 하는 상황들이기에 더 경계를 하며 장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필요한 것들을 담고 있는데 순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내 딸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한껏 예민해져 있는 나를 보면서 ‘엄마 왜 그래? 엄마 왜 그러는 거야? 우리 어디 가는 거야?’라고 하는데 정신이 번쩍하고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가진 불안 때문에 내 아이도 불안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정신이 든 나는 아이를 먼저 안심시키고, 천천히 아이와 함께 장을 본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재우고 나만의 시간이 왔을 때, 비로소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일수록 믿음을 지키며, 내 자리를 지켰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에 자책 또한 들었다. 감사하게도 묵상이 깊어지면서 내 마음 가운데 평정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초연함을 더 구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나를 지키며, 내 가정을 지키는 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번 계기로 나의 삶의 태도가 중심을 잃지 않고 초연해져서 이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갖추며, 서로를 위로하며 격려하는 따뜻함으로 이때를 거뜬히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게 되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닌 내 이웃과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이 시기를 능히 이길 수 있는 힘과 위로가 생기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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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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