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느끼고 있는 현실보다 바깥세상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더 암울하다. 수많은 정보와 잡다한 생각으로 나의 뇌는 지쳐가며 거의 오류상태에 다다랐다. 자택대피령으로 인해 휴식기에 들어간 학교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었다. 잠시 멈춰진 시국에 자신을 성장시키는 강의를 듣는 것은 유익한 일이지만 생각치 못한 과제물 과부하에 걸려 잠을 설쳤다. 어젯밤부터 세차게 내리던 비가 오늘도 시원하게 내리는데 빗물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부엌 통유리 너머 앞마당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꽃잎들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며 온전한 뇌 휴식을 누린다.
멍때리기는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있는 상태를 뜻하는 속어이며 뇌에 휴식 시간을 주는 순기능을 말한다. 사람의 뇌는 몸의 3%이나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한다. 건강한 뇌를 위하여 뇌에도 휴식이 필요하며 뇌가 지속적으로 정보만 받으면 스트레스가 쌓여 여러 신체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며 일, 공부를 통해 뇌에 쉴새없이 지식을 입력한다. 미국 코넬대와 일본 도호쿠대에서 뇌혈류 측정실험을 해봤더니 뇌를 쓰고 집중할 때보다 뇌를 쉬어줄 때 뇌혈류의 흐름이 원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하루에 15분씩 뇌를 쉬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한국에선 해마다 멍때리기 대회가 개최될 만큼 뇌 휴식의 필요성을 뇌 전문가는 적극 권장한다. 2011년 미국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멍때리는 상태에 있을 때 뇌의 특정부위가 작동하는데 그 부위를 DMN(Default Mode Network) 한다”면서 뇌에 쉴 틈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잠깐의 뇌 휴식은 기억력, 학습력, 창의력에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하루에 한번씩 뇌를 쉬게 하면 DMN이 활성화 되면서 뇌가 리셋되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뇌가 된다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일자리들이 없어지거나, 줄어들거나, 대체되면서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오류가 생겼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스트레스가 쌓여가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뇌 휴식을 취하며, 병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세상의 모든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일뿐이다. 옆마당에 하와이주 꽃 플루메리아와 비슷하게 생긴 레몬나무에 핀 꽃과 잎에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과부화된 뇌에 휴식을 취해 본다.
<정보경 (연방정부 컨트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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