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대화 중에 신경써서 조심하는 말이 있다. 그중에 가장 도드라지게 신경쓰는 말이 바로 ‘다르다’이다. 사람들이 ‘다르다’라는 것을 말하려 할 때 무심코 ‘틀리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렇게 표현했었다. ‘너와 생각이 달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생각이 틀려’라고 말이다. 별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 말속에는 엄청나게 다른 차이를 가진다. ‘다르다’라고 말한 것은 너와 나의 생각을 인정하며 구분해 주지만, ‘틀리다’라고 말했을 때는 은연 중에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한가지의 주제를 가지고도 밤샘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다른 생각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다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 조금이라도 내 생각과 다르면 벌써 청군 백군처럼 편을 나누어 싸울 태세가 된다. 그 이유가 무었일까? 바로 ‘다름’과 ‘틀림’을 구분짓지 못해서이다. 그래서 틀리다라는 말과 동시에 편이 나누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 예로 같은 그림을 보여주어도 노파로 보거나 젊은 여인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되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지각 내용을 판단하면서 이미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기억이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경험,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이다. 경험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린 태어나면서 이미 완전히 다른 독립된 개인으로 태어난다. 모든 인간이 각기 다른 지문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 경이롭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다르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사물에 대해 우리는 어떨 것이라고 자기 편의에 따라 단정하고 재단해서 카테고리를 씌워 심지어 미워하기까지 한다.
다르다는 것이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영어로 표기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다르다의 ‘different’와 틀리다의 ’wrong’은 완전 다른 의미로 사용되어지기 때문이다. 사람관계가 멀어져 있는 요즈음 사람 사이의 구별과 분쟁, 긴장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을 멈추고, 나와 다르다는 것을 수용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지나다 보면 더 넓고 깊어진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권초향(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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