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긴 겨울을 지나고 있다. 이 겨울 난 많은 것을 정리해야만 했다. 그중에 하나가 감정의 정리였다. 우린 삶 속에서 다양한 만남을 가지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서로의 삶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함께 나누기를 원하며, 의미없는 몸짓이 아닌 서로의 꽃이 되길 원한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함께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그렇게 방문객처럼 왔다가 나에게 꽃이 되어준 사람들과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여러번 지나왔다. 생각해보니 난 늘 방문객을 맞이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며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을 함께 나누며 공감했었다. 때로는 서투르기도 했었고 부족함에 꽃을 피우지 못한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봄에 피우지 못한 꽃이 때를 놓치고 엉성하게 가을에 꽃을 피우기도 한다. 실망되기보다는 늦게라도 피어주면 기특하기만 했다.
삶 속에서 뿐만 아니라 ‘여성의 창’도 방문객처럼 나에게 찾아왔다. 제한된 글자수에 맞춰 내 생각을 풀어낸다는 것이 나 혼자 끄적거리는 글과는 달랐다. 머릿속과 마음속에 어지럽게 떠다니는 생각과 느낌들을 잘 정리한 뒤 글로 표현해야 하는 일이었다. 편하게 풀어보자는 마음으로 쓴 부족한 글에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응원해 주셨다. 쑥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같은 글을 읽고도 공감의 내용은 읽는 사람마다 달랐다.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그 속 의미를 알고 함께 공감해주시기도 했지만, 전혀 의도치 않은 의미를 글 속에서 찾아 공감해주시기도 했다. 마감 날이 다가오면 은근히 부담되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였다. ‘여성의 창’을 통해 또 다른 방문 같은 만남이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때를 놓쳐 가을에 피는 꽃을 ‘막핀꽃’이라고 부른다. 막핀꽃을 기다리듯 난 계속 방문객을 맞이할 것이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눈 내리듯 시드는 것밖에 없다 해서 다시 피어나길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피우지 못한 꽃의 서툰 아픔도 서로에게 꽃이 되어주기 위한 몸짓이였음을 알고 있기에 또 다시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우리 삶속의 방문객이 서로의 꽃이 되어주기를 주저하지 않길 소망해본다.
<권초향(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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