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파탑스코 강변을 걷는다. 천천히 걷는다. 걸으며, 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숲을 헤치고 지나가고, 그다음 사람이 또 그곳을 지나가고, 이렇게 반복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길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곳에 길이 있다고 생각하며 무심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나는 요즘은 천천히 걷기를 즐긴다. 몇 년 전까지는 천천히 걸을 여유가 없었다. 우선 빨리 걸어야 시간을 아끼게 되고, 빨리 걸어야만 심장과 근육에 자극을 주어 원하는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대개 빠름은 더 많은 소유를 추구한다. 반면에 느림은 더 많은 내려놓음을 가져온다. 가지려 하고 소유하려는 사람에게 느림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려놓을 때만 우리는 느려질 수 있다. 그리고 그 느려진 사람에게 새길이 보인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나 보다.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어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천천히 걸으면 자연이 주는 위로와 치유를 느낄 수 있다. 보이지 않던 꽃들이, 눈에 띄지 않던 풀들이, 들리지 않던 새 소리가 어느 순간 마음에 와닿는다. 천천히 걷기는 온몸으로 하는 기도요, 자연과의 친밀한 교감이다.
4월이니 봄이 분명 왔는데도 봄기운이 완연히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다. 오늘 아침은 날까지 흐리고 을씨년스럽다. 코로나19로 인해 들리느니 우울한 소식이요, 남모를 불안감이 모두를 엄습하고 있다.
그러나 봄은 봄이다. 지금은 우리가 절벽 앞에서 서 있는 심정이지만 우리 앞에는 다시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리 앞을 막고 있는 이 어둠의 순간도 또한 지나갈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노래한 ‘봄의 목소리’가 분명 우리에게도 들려올 것이다.
“어느 소년 소녀들이나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것을/ 살아라, 뻗어라, 피어라, 바라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져 삶을 두려워 말라.”
<이세희 / Lee & Asso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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