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처참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미국 내 인종차별과 인권유린에 대한 시위의 규모와 강도가 거세지고 일부에선 폭력사태와 방화, 약탈까지 일어나고 있다. 8분 이상 질식으로 숨지는 장면이 캡처돼서 SNS를 통해 온 세계에 전해졌고, 한 개인이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여과없이 들여다보는 과정은 내 자신에게도 고통과 슬픔 그 자체였다. 기술발달로 국가간 경계나 언어장벽을 뛰어넘고, 우주를 향한 꿈을 함께 쏘아올리는 이 시기에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편협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더욱이 미국의 경쟁력인 다양성의 가치와 인권에 대한 존중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자신의 설 자리를 잃어가는 고용불안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득권 분쟁처럼 보여지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이 국수주의 정책을 기반으로 인종차별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뿐만 아니라 이 지경이 되도록 방임, 조장한 책임도 있다. 트위터는 최근 폭력과 과열시위를 부추긴 안티파(Antifa, 극좌파)의 계정이 네오나치라는 백인우월주의 집단과 연동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트위터 계정을 폐쇄시켰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좌파 행세를 하며 긴장을 악화시키려는 정치적 권모술수까지 연루된 사실에서 인종주의(Racism)가 얼마나 뿌리깊은 편견에 기원하고 이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준다.
비단 이것은 다인종 국가인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의 경우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 현상) 문제도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과거 단일민족이라는 혈통적 순수성을 고귀한 자랑거리로 삼았지만 그만큼 사회의 개방성이나 다름에 대한 관용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다문화라는 근사한 말로 포장을 하고 있지만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른 사람들과의 공존 자체를 꺼려 다문화 가정 출신들의 사회적 성공진입기회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미국의 인종주의와 한국의 제노포비아가 차별성과 배타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많이 닮아 있으며, 나 또한 이런 경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었음을 고백하게 된다.
우리의 외양이 뭐가 중요한가. 그 안에 들어있는 우리 내면의 감정과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다면 같은 인간으로서의 우리 존재의 고귀함과 존엄함은 마찬가지 아닌가. 나눔과 다양성의 소중한 가치에 대한 우리의 반성과 성찰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미 (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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