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데믹은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의 특파원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8년동안 살면서 남북간의 갈등을 자세히 기록한 베테랑 언론인이다. 그녀는 몇 년에 걸쳐 100여명의 탈북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북한도 몇 번이나 다녀온 후 ‘세상에 부럼없어라: 북한에서의 일상 생활(번역본)’이라는 책을 2009년에 출간했다.
책이 나온 지 1년도 안됐을 쯤, 다니던 회사에 20대 초반 백인들을 통해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순식간에 입소문이 나서 인기를 끌었던 이 책은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아는 친구가 적극 빌려줬고, 평생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 한손에 꼽을 만큼 좋았고, 나를 바바라의 팬으로 만들어 놓았다. 책장을 펴자마자 내려놓을 수 없었고, 아직도 상당 부분들이 기억난다. 너무나 생소한 북한사람들의 인생을 재미있게, 그리고 마음 저리게, 또 인간미있게 묘사했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이 세상 어떤 막장 드라마도 목숨을 건 사랑만큼 애절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미국에 살면서 처음 언론인들에 대한 새로운 존경심을 갖게 해준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는 한국을 비하하거나, 북한을 앝보지 않고, 우리만이 아는 복잡한 사람 이야기들을 가장 잘 표현한 사람이었다. 그동안의 수많은 백인들이 남북을 설명하려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만 막상 그들의 글을 읽어보면 어딘가 늘 좀 불쾌했었다. 그러나 바바라는 우리만이 느끼는 싸~한 감정까지 챙기며 우리만의 뉘앙스까지 정확히 이해한다.
평생을 한국인으로 산 나 자신도 몰랐던, 점점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는 남북의 현실을 우리 자신이 적절하게 잘 알리지 못해서 늘 유감이다. 난 그녀의 글을 읽고 난 후에야 북한에 있을 나의 민족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자신을 누군가 알려줘서 감사하긴 하지만, 6.25전쟁 70년을 맞이하며 우린 또 똑같은 레퍼토리를 들어야 한다; 풀리지 않는 우리의 분단, 그리고 애타게 보고싶은 피붙이를 결국은 못만나고 세상을 떠나시는 어르신들, 70년동안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 북한 뉴스를 그냥 또 듣고만 있다. 우리의 현실, 이제 우리가 제대로 써나아가야 할 때다.
<엘렌 홍 (에스닉미디어 대외언론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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