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집에 오면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동생은 내 일일공부(매일 집으로 배달되는 일일 학습지)를 미리 혼자 다 풀어 놓고 날 기다렸다. 어쩌다가 내가 콘브레드(미국이 보내주는 옥수수 가루로 학교에서 구워 학생들에게 하나씩 매일 주었음)라도 가지고 올 때면 동생이 행복해 했다. 동생은 애교가 많고 부지런하고 장난이 심했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정도로 활발한 아이였다.
어느 날 콘크리트가 부서진 도랑에 빠져 많이 다친 동생이 병원에서 상처를 꿰맨 적이 있다. 그 옆에 계시던 아버지는 놀라서 기절했지만 당시 중학생이던 동생은 멀쩡했다. 성적표를 계속 11등을 받아 오자 어머니가 “앞에 있는 1을 떼든지, 뒤에 있는 1을 떼라”고 하셨다. 그러자 바로 그 다음 성적표부터 줄곧 1등을 받아온 기특한 아이가 내 동생이다.
지금도 연로하신 부모님께 조그마한 문제만 생겨도 얼른 달려가 해결해 주는 효심 가득한 아이다. 소고기를 살 때도 약초를 먹고 큰 ‘약우’를 사러 지방으로 가기도 한다. 동생은 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면 발도 잘 주물러 드렸다. 요즈음에는 발이 제2의 심장이라 하여 발 관리도 하지만, 그때는 사람들이 발에 관심을 갖지 않을 때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동생은 어릴 때 이미 큰 효도를 많이 했다. 심지어 가까이에 사는 어머니 친구 분이 수술하려고 입원하셨을 때도 방문해서 따뜻한 수건으로 발을 닦아 주고 주물러 드린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이것을 호르몬중의 하나인 ‘옥시토신’으로 설명해 보고 싶다. 사람은 호르몬의 집합체라고 보아도 좋다. 나는 대학 졸업식도 하기 전에 대학병원 분만장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산모에게 분만을 유도하기 위해 피토신(옥시토신)을 수액을 통해 주었다. 옥시토신은 자궁 수축 호르몬이다. 또 어떤 이야기를 듣고 공감을 많이 느낄 때도 분비된다. 즉 호감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우리가 신뢰나 친절을 받을 때 또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협동할 동기를 부여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발을 주물러 주며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드렸으니 어머니에게는 옥시토신이 많이 나와서 아픈 게 없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옥시토신은 요즈음처럼 신뢰하고 신뢰받기 어려운 시대에 필요한 호르몬인 것 같다.
<이혜은 (우리 앙상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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