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을 원하면서도 기존의 것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심리, 변화에 대한 저항은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맞은 일상의 급변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생각했다가 그 지속성 때문에 ‘뉴 노멀’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이제는 ‘문명사적인 전환’이라고까지 진단하고 있다.
삶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삼성의 인공인간 네온(Neon)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육안으로는 사람이랑 식별이 되지 않을 만큼 제스처나 그 모든 것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 이면에 소름이 끼쳤다. 단지 세상 좋아졌다고 하기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이 밀려들었다.
세상의 변화가 기기와 같은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하던 것에서 인간만이 가졌다고 생각하던 고유영역까지 침범하면서 인간의 존재 이유가 의심받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린 어설프더라도 사람 냄새나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고 대면에 대한 갈구를 느끼고 있다. 인공인간이 우리의 감정을 흉내낸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영적인 부분과 우리의 마음까지도 모방할 수 있을까? 인공인간에게 인간처럼 치유를 위한 명상이나 종교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으며, 이 부분이 바로 인간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아도 문제 많은 미국 공교육의 질이 온라인 학습으로 더욱 엉망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요즘 삼삼오오 재능기부로 소그룹 공동육아를 시도하며 관계를 형성해 가는 모습을 보며 참 지혜로운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개인이 원자화되고 있는 이 시기에 아이들의 관계 형성과 교육을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과거 동네에서 자기 자식처럼 함께 보듬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귀함이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사람 냄새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환경의 제약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 다양한 방법의 모색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유대와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이렇게 삼삼오오 온라인으로라도 만나고 얼굴 보며 얘기하는 일, 직접 전화로 목소리를 들어보는 일, 타이핑 문자보다는 손글씨를 대하는 일 등 사람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미래보다는 더 인간다웠던 과거의 생활모습들을 통해 더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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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월넛크릭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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