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읽기 싫었던 책 중의 하나가 위인전이었다. 위인전을 읽고 나면 감동보다는 어떻게 다 그렇게 특별한 사연들이 있는지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은 싹수가 없나 보다 마음이 쭈그러졌다. 그런 마음 드는 게 싫어서 위인전이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서 증세가 좀 나아졌나 싶어 성인전을 읽어봤는데, 아직도 여전히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지은이의 과대포장도 마음에 안 들지만, 위인이 너무 잘난 척하는 것 같아서 내게는 손이 오글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려 읽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나이 들어서는 내 돈 주고 절대 사보지 않는 책은 그런 위인전이나 자기 계발서 책들이다. 나는 나이고, 나는 내 길을 가는 건데, 왜 위대한 사람의 삶을 모범으로 삼아 살라고 하는 건지, 더 잘난 사람이 되도록 자기 계발을 하라는 건지.... 그런 내용은 나 자신을 더 가라앉히고 더 못나게 해서 일어나라고, 고군분투하라고 채찍질을 하는 것 같아 마주 대하는 것이 힘들다. 자기 계발서들만이 아니라 광고나 TV 프로그램에서조차 지금의 나 자신을 부족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면서, 지금보다 나은 집, 지금보다 나은 삶, 지금보다 성공한 내일을 만들라고 부추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아니, 지금의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쟁하지 않고, 더 높은 곳만을 바라보지 않고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지금을 만끽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산에 가면 모든 것이 참 편안하다. 고개 들어 자라는 것이 나무이겠지만, 어느 나무는 누워서 자라기도 하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자라기도 하고, 무엇에 다쳤는지 상처가 깊이 남은 구부러진 나무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모습으로 각기 자라 각자 자신의 모습으로 의연히 서 있는 것을 본다. 왜 누워 자라냐고, 그깟 바람에 쓰러졌냐고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 부족한 모습으로 숲을 이룬다. 숲이 그러한 것처럼 너는 왜 누워 자라냐고 몰아세우지도 말고, 위로 더 높이 쭉쭉 뻗으며 가장 큰 나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칭찬의 박수를, 부족한 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부족한 당신에게도 응원의 박수 한 바구니를 선물합니다
<송일란 (교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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