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해질녘이면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오렌지빛이 되어가는 석양을 온몸으로 받아안고 그 빛으로 들어간다. 일을 마치고 시장기 가득해 성급히 집에 들어오는 사람처럼,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바닷바람을 맞받아가며 자전거 페달을 힘겹게 밟아 겨우겨우 앞으로 나아간다. 샛강이지 싶다가도 호수인 듯, 휘돌아 내려가는 듯싶다가도 어느새 휘감아 물길을 잡고 앉아 있는 곳엔 물새와 철새들이 어우러져 앉아 있기도 하고, 떼 지어 힘차게 날아오르기도 한다. 늪에서 자라는 풀들은 바닷바람과 강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맡기고 흔들린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서서 내려가려는 강물은 안간힘을 쓰다 쓰다 파르르 떨고 있다. 강기슭에는 염소와 양 떼가 풀을 뜯고 있는 장면도 보게 된다. 서서히 소금기가 코에 느껴진다 싶으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침내 도착한 뭍의 끝자락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바닷바람을 맞서 가슴을 펴고 서서, 이제야 만을 이어주고 있는 다리들과 만에 들어와 있는 바다를 본다. 눈으로 본다는 표현은 맞지 않은 것 같다. 몸으로 느낀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내 눈엔 모든 것이 이렇게 아름답고 멀쩡해 보인다. 그런데, 지구가 아프단다. 일회용 쓰레기며 자동차 배기가스에, 에어컨에... 좀 편하자고 발명하고 눈이 번쩍 뜨여 쓰였던 것들 땜에 이제는 지구가 아프단다. 가만히 서서, 땅과 바다와 풀과 새들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귀를 세워본다. 아마 예전엔 이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 않게 너무 천천히 나빠지는 것이라 보지 못했나 보다. 하기야 10년 전만 해도 이곳엔 이렇게 습기가 많지 않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내내 계속되어 나 같은 사람은 구름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여름에도 천둥번개 치고 구름 끼는 날이 많아졌다. 너무 천천히 변하고, 너무 무심해서 알면서도 깨닫지 못했나 보다.
내 평생, 내 자손들이 평생 이 지구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니, 나름 계획을 세워본다. 알맞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알맞게 먹고, 알맞게 쓰자고. 알맞게 쓰자면, 알맞게 구입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버릴 쓰레기도 알맞을 것이다. 아픈 지구에게 이 정도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그리 해야 할 일이다.
<송일란 (교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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