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라면이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라면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통계를 보니 한국 사람들은 매해 36억 개, 1인당 74.1개씩 라면을 먹는단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라면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 라면의 탄생은 중국에서 시작하여 일본으로 와서 발전되었고 세계에 알렸지만 이제는 라면 하면 한국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우리 남편이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아이들이 어려서 라면을 많이 먹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라면의 마성의 맛을 알게 되고 라면을 끓여달라는 요구가 많아졌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라면 하나 끓여주고 한끼 떼우고 싶지만, 그 유혹을 뒤로 하고 밥을 차려준 적이 종종 있다. 다른 집들도 우리집과 비슷하리라. 그래서 그런지 교회 수련회를 가면 우리집 아이들도 다른 집 아이들도 컵라면을 못 먹어본 사람처럼 열심히 먹고, 남으면 챙겨서 가지고 오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일요일 점심은 온식구들이 라면을 먹었다. 그때 그 라면 맛을 잊을 수 없다. 우리 엄마는 한국에 처음 라면이 나왔을 때 닭냄새와 기름 냄새로 먹기 힘든 음식이라고 하셨다. 그 시절 그런 라면이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오랫동안 배가 부르다는 이유로 공장의 노동자들의 끼니를 떼우는 한끼였다고 하니 가슴 한편이 묵직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고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것은 여전히 라면이다.
요즘 라면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십 년을 넘게 살아도 아직까지 먹어보지 못한 라면이 많이 남아 있다. 올해 코로나로 집에 있게 되면서 다른 때보다 라면을 많이 먹게 되어 이런저런 종류의 라면을 하나씩 먹어봤지만 우리 식구의 결론은 매번 먹던 라면으로 결정되었다. 구관이 명관이다.
물론 나도 라면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학교가고 오롯이 혼자 남은 점심을 라면으로 떼우거나, 새로운 재료들을 넣어서 창조적인 라면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유행 레시피를 따라서 끓여 먹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라면을 먹고 나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배가 좀 아프다. 그러나 나는 라면을 계속 끓여 먹을 것이다. 우리 동네 아줌마 A의 말처럼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추억을 먹는 것과도 같다. 오늘 먹은 라면은 나의 예전 어린 시절 일요일 오후에 먹었던 바로 그 라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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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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