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된 건 2년만이었다. 위스테리아. 처음엔 그냥 넝쿨나무려니 하고 이름조차 알려고 하지 않았다. 봄철에는 보라색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여름에는 잎을 무성하게 돋운다. 뻗어나가는 모양이 메두사 같고 번식력도 남다르다. 나는 이사 왔을 때부터 이런 나무의 성질이나 위치가 탐탁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별다른 애정을 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수리를 하러 온 아저씨에게 무심코 불평을 했다. 이 넝쿨이 방에 그늘을 만들고 지붕으로 올라탈까봐 걱정이라고. 그리고 점심을 먹고 돌아왔는데 아저씨가 서비스라며 나무를 시원하게 잘라 두었다. 묻지도 않고 일을 친 아저씨에게 화를 낸들 이미 위스테리아는 떠난 후였다.
그런데 올 봄, 이 나무가 부활을 했다! 본래 키작은 나무였다는 듯 민둥했던 밑동에 가지들이 뻗어나와 있었다. 게다가 얼마나 가열차게 자라는지 옆집 마당까지 침범할 태세다. 마음에 들지 않던 나무였지만 다시 살아난 것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다. 옆집 이웃인 쉐리는 매일 아침 부지런히 앞마당을 쓸러 나온다. 마침 신문을 가지러 나갔다가 그녀와 인사를 나누며 위스테리아 넝쿨이 너무 빨리 자라서 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가 숙련된 정원사이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지만 그런 건 의례히 하는 인사려니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오늘 아침 쉐리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다가왔다. 혹시 몰라 넝쿨을 한 줄기만 남기고 다 잘랐는데 마음에 드냐는 것이다. 다시 민둥해진 나무를 보고 놀라는 나에게 그녀는 자신이 좋아서 한 일이니 고마워할 것 없다며 웃어 보였다.
대체 이 나무에 대한 나의 발언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아니면 위스테리아는 원래 기구한 운명의 나무인가? 나는 이 나무를 없애 달라고 그 누구에게도 부탁한 적이 없다. 그저 조금 불평했을 뿐이고 관리가 어렵다고 했을 뿐인데....애처롭게 남은 한 가닥 가지를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고 미안하다. 마땅찮게 여기며 무심히 두었더니, 한두 마디 툴툴거렸더니, 밖에서마저 천대받는구나 싶었다. 과연 사람이든 나무든 집에서부터 귀하게 여겨야 밖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 모양이다. 못마땅했던 나무 한 그루여서 다행이지 내 집에 있는 무엇에든지 어려움은 함부로 하소연할 것이 못된다.
<한연선 (더밀크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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