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여동생 둘이 있다. 우리 세자매 모두 개성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분명하다. 그래서 아들이 없었던 엄마는 아들을 트럭으로 갖다 주어도 어느 딸 하나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우리 세자매는 미국의 동부, 서부, 그리고 하나는 한국에 살아 전부 멀리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양파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양파를 두 개를 병에 담아두고서 하나는 매일 드나들며 욕을 해주고, 하나는 드나들며 예쁘다고 칭찬해주기를 한 2주쯤 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난다는 것이다. 즉 욕을 먹고 지낸 양파는 비실비실 죽어가고 담아두었던 병 속의 물이 검게 썩는데, 칭찬과 귀함을 받은 양파는 싹이 나오고 담았던 물도 그대로 맑게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시 우리가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다. 막내는 동부에서, 나는 서부에서, 둘째는 한국에서. 원래가 막내는 원칙을 잘 지키고 해야 하면 그대로 하는 성품이다. 매일 드나들며 칭찬하고 욕하며 잘 돌보아주었던 막내의 양파들은 들은 대로 싹을 잘 틔워 잘 자란 양파와 물이 썩어 다 시들어 죽어가는 양파로 증명이 되었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매일매일 지키지 못하고 생각나면 칭친하고 욕해가면서 2주를 지냈다. 그래서인지 나의 양파들은 둘 다 물이 맑지 않았고 둘 다 싹이 났으나 뭐 그렇게 극명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한국에서 실험하던 둘째동생의 양파들이었다. 둘째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다. 둘째동생의 시어머님은 천하의 선한 분이셨다. 이 분은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있는 것도 없으신데, 너무 마음이 따듯하신 분이었다. 사돈인 나의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어찌나 슬프게 우시던지... 아직도 그 모습을 기억한다.
직장에 다니뎐 둘째동생은 매일 드나들며 칭찬과 욕을 해야 할 양파에게 열심히 하는데, 며칠간 시들시들하던 욕먹은 양파가 다시 생기를 찾아가며 싹이 나더란다. 웬일인가 싶었는데, 둘째동생의 시어머님이 시들한 양파를 쓰다듬으며 물 갈아주고 자리를 옮겨주며 살뜰히 보살피고 계셨더란다. 욕먹고 시들었던 양파도 계속 돌보면 이렇게 회복된다는 걸 듣기만 했는데 실제로 그걸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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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영 (가정사역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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