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흩날리던 작년 어느 아침, 만삭이었던 배에 통증이 시작되었고 이내 보고 싶던 딸 아이를 품에 안게 되었다. 그런데 아기를 살펴보던 의료진이 아기의 호흡이 조금 힘들어 보이니 간단한 검사를 해보고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내 곁을 떠난 아기를 다시 만난 곳은 신생아 중환자실이었다. 아직 눈도 잘 뜨지 못하는 아기에게 온갖 의료장비와 바늘을 꽂아 놓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에 순간 세상이 정지한 것 같았다. 의료진들은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며 검사를 하고 있었지만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하나님 제발 살려주세요” 이 말만 수십번 수백번을 되뇌인 것 같다. 그 와중에 첫째아이가 울고불고 난리라는 연락에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어두운 회복실에 홀로 돌아오니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교회에 기도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너무도 힘들던 그 순간 순간마다 누군가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큰 위로와 평안이 찾아오는 것을 경험하였다. 다음날이 되어 아기의 횡경막에 구멍이 생겨 소장이 폐를 누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런 경우 사망률도 높고 살더라도 장애가 따르는 등 예후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눈앞이 캄캄한 그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손을 맞잡고 엎드렸다. 그때부터 놀랍게도 우리 입에서 감사의 제목들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임신 중 이 문제를 전혀 몰라 마음 편히 그 시간을 보냈던 것도 감사하고, 첨단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이 있는 산호세에서 치료를 받는 것도 감사하고, 아이 곁에 언제든 함께 있을 수 있음도 감사하고, 의료보험이 있어 이 와중에 병원비 걱정하지 않음이 감사하고, 이렇게 같이 위로하며 기도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음이 감사했다.
다음날 의사를 만났는데 다행히 임신 중 비장이 횡경막의 구멍을 막아주어 아이의 폐가 정상적으로 잘 자랐고, 큰 절개 없이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생후 삼일째, 4시간 가량의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 수일 내 건강하게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지금도 순간 순간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조바심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아이를 통해 나의 소망이며 피난처 되신 하나님을 더 깊게 만나고, 기도의 능력을 다시 한 번 경험한 감사한 시간이었다.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