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서 10년 동안 크리스마스 트리는 교회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며 집에는 벽난로 위로 길게 뻗은 간소한 크리스마스 트리 형식으로 된 것 하나와 반짝이는 별 하나를 두는 것으로 만족하며 한해 한해 지나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음먹고 위로 뻗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집에 하나 두기로 가족들과 논의하고 빨리 집 근처 가게에서 하나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바쁜 일정을 쪼개 홈디포에 들려 이것저것을 보다가 하나 들고 왔습니다.
헉 그런데 가격이 175달러, 그리고 집 거실 크기에 비해 너무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왔습니다. 커도 너무 큰 트리를 바라보며 저는 고심에 빠졌습니다. 아마존에서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저것보다 작은 것으로 살 수 있는데 하면서 남편을 바라봤습니다. 보통 남편은 저처럼 재고 따지는 타입이 아니라 가격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는데 본인이 보아도 생각보다 너무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걸리는지 내심 안타까운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저 무거운 것을 힘들게 들고와 설치까지 한 고마운 남편에게 다시 가서 환불하고 오라는 잔인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마존 앱을 열어 아담하고 저렴한 75달러 짜리 크리스마스 트리를 주문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가 올 날을 기다리며 새로 생긴 습관이 있는데, 바로 이웃 동네들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경하는 것입니다. 어떤 집들은 정말 작정하고 예술품처럼 크리스마스 전구들을 집 주변에 둘러서 거대한 트리를 만들어 놨습니다.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감동도 잠시 제 마음에 바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것은 “전기세”입니다. 아, 저 집은 전기세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렇게 불이란 불은 밤새 켜놓나 하며 오지랖을 떱니다. 십년이나 이민 생활을 해왔음에도 매년 그 불빛의 아름다움과 함께 전기세 걱정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가지가 제 마음에 더해졌는데 그 반짝이는 불빛의 의미입니다. 보통 정신없이 바빠서 별로 신경 안썼던 불빛의 의미가 요즘처럼 다같이 어려운 시기에 더 가슴깊이 다가왔습니다. 성탄절의 기쁜 소식을 알리려는 소리없는 외침처럼 어둔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불빛은 정말 제 마음에 기쁨과 소망을 주는 2020년, 오 크리스마스입니다. 그리고 저희 집에도 그 불빛이 빛나길 간절히 바라며 곧 올 크리스마스 트리를 기다려 봅니다.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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