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다른 이와 나누기 어려운 고민이 생기면 글을 쓴다. 이따금씩 나를 이해해주는 이가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외로움, 내가 별 의미가 없는 존재인 것 같다는 자괴감,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함,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찾아올 때, 글쓰기는 풀리지 않을 듯 뒤엉킨 생각과 감정들을 의외로 간단하게 정리해줄 때가 있다.
몇 해 전 쓰고 있던 박사 논문 진행도 잘 되지 않고, 기다리는 아기 소식도 없던 중 또 우울이가 불안이의 손을 잡고 슬금슬금 찾아들었고, 페이스북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타인들의 즐거운 소식과 사진들을 보다 그 감정이 결국 터져버렸다. 상담을 받아 볼까도 했지만 그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적막하리 만큼 고요하던 밤,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의 브레이크를 완전히 놓아버린 채 내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쓰다 보니 뭔가 모를 시원함이 답답하던 가슴에 불어 들어왔다. 그리고 그 글을 찬찬히 다시 읽다 보니 근본적으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당시 의심의 여지없이 학업과 아기 문제로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내 내면 더 깊숙한 곳에서는 그 상황으로 인해 가족을 포함한 사랑하는 이들을 실망시키고, 나아가 그들이 나에게서 멀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잠재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후 가족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나의 생각이 왜곡되었음을 확인받자, 상황은 변한 것이 없었지만 내 감정이 많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 이후로 복잡하거나 우울한 생각이 들면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글을 쓴다. 이는 개인 기도에도 적용이 되었다. 홀로 기도할 때 가식없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솔직히 쏟아내었다. 어차피 나의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인데, 괜찮은 척, 고상한 척, 가식적으로 기도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최근, 이렇게 ‘의식의 검열’없이 생각을 자유롭게 쓰거나 이야기하는 것이, 잘 알려진 심리학자 프로이드가 제안한 ‘자유연상법’이라는 심리치료의 한 기법임을 알게 되었다. 삶이 너무 복잡하고 고단할 때, 한번씩은 이렇게 생각의 브레이크를 살짝 놓고 글을 쓰거나, 기도하는 것이 우리의 정신 건강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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