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아이가 세살이 넘어가면서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세상 오만 것에 관한 궁금증이 많이 늘었다. 하루는 어디에서 보았는지 캠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들의 말을 빌리자면, 깊고 깊은 산 속에 텐트를 치고 차 안에서 요리도 하고 잠도 자고 책도 우리 가족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밤에는 큰 달도 보고 싶고, 차 안에서 화장실도 가고 싶다고 한다.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남편은 글램핑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집에서 두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글램핑 장소를 발견하고 내 의견을 물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야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최근 시댁에서 나와 독립을 하고 집을 장만하면서 집수리며 온갖 가구 가전을 구입하느라 지출이 큰 상태였다. 글램핑이라 우습게 봤더니 겨우 이틀 자는데도 천불이 훌쩍 넘는단다. 남편에게 다음에 가자고 말을 꺼냈다. 이번에도 남편은 내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대답을 했다. “세라야,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돈을 벌어? 우리가 지금 그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무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지금이 아니고 다음이어야 해? 다음은 언제를 말하는 건데?”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모으고 아끼며 사는 걸까.
젊은 날에는 돈을 버는 것도 쓰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느꼈었다. 쉽게 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코 어렵게 벌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쓰는 만큼 또 벌면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면서 ‘돈’에 대한 인상이 많이 변한 것 같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아낄 수 있으면 최대한 아껴야 하는 것이 돈이고, 커져가는 숫자가 뭔가 모를 미래에 대한 안정감을 대신해 주는’ 그 어떤 것이 ‘돈’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속에서 놓치는 것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저 많이 가지려 하고, 아끼려 하고, 숫자를 크게 만들려 하는 그 순간과 함께 뭔가를 잃고 있는 것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남편의 한마디와 함께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던 나는, 큰아들을 꼭 껴안고 말했다. “세찬아, 산속으로 가자. 네 말대로 산 속에 텐트도 치고 차 안에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자. 그리고 사진도 많이 찍고, 우리 가족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자. 꼭 그러자.”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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