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남편과 2년간 연애를 하고 미국으로 와 결혼을 하고 산 지 5년이 되었다. 워낙 다른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우리 부부이기는 하지만 결혼기념일만큼은 좀 챙기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다른 부부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연년생이나 다름없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분위기 한번 잡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게다가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서 혼인신고를 하며 판사 앞에서 선서를 한 날과, 나파밸리에서 결혼식을 올린 날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날 날 등 여러 날이 있으니 대체 어느 날을 우리의 ‘기념일’로 해야 할지 정하지도 못한 채 흐지부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어쨌든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또 ‘기념일’을 맞이하게 됐다. 결혼을 할 때만 해도 바다 건너 미국까지 온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아니면 정말 눈에 콩깍지가 씌였는지 이 남자와 십년, 이십년, 삼십년 살아도 그 시간이 너무 따뜻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 긴 시간도 순식간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막상 그런 핑크핑크한 것도 아니고,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백배 낫겠다는 생각도 한두번 드는 것도 아니다. 또 이 사람이 내가 연애하던 그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까지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아직 5년? 겨우 5년? 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많이 자란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5년이 벌써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일매일을 사랑 가득으로 꿈같은 나날들을 보낸 것은 단연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지금껏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 반, 우정 반’ 덕분이 아닐까. 어른으로서 난생처음 겪는 많은 큰 일들을 우리는 함께 해왔다. 남편에 대한 사랑의 감정에 더해져서 이제는 동지애까지 생기고, 때로는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연애할 때에는 단순히 같이 울고 웃을 일이 많더니 이제는 같이 계획하고 준비하고 판단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생겼다. 처음 경험해보는 ‘부모’라는 타이틀도 함께 발맞춰 나가야 한다. 이제는 서로에게 안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서로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아마도 이렇게 또 시간은 흘러가겠지. 그렇게 십년, 십오년 또 기념일을 맞이하겠지. 그래 기념일이 무슨 대수랴. 그저 처음 그 감정 그리고 남은 삶을 ‘너’와 함께 하자고 정했던 그 순간의 감정, 그것만 잊지 않고 잘 살자, 남편!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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