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많이 뜨거워졌다. 아침 나절에 널어놓은 빨래가 요즘엔 저녁 전에 아삭하니 잘 마른다. 이대로라면 곧 스프링클러도 작동시켜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바꿔 끼울 부품도 사고 산책도 할 겸 화원엘 갔는데, 며칠 새 모종과 화분이 더 들어와 빈 테이블, 공간 없이 가득가득하다. 충동구매는 거의 하지 않는데, 화원에만 가면 난 딴사람이 된다. 아직 텃밭에 거름도 섞지 않아, 모종 심을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아삭하고 많이 맵지 않은 애너하임 고추(Anaheim Pepper)는 매년 찾는 모종이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 향이 정말 좋은 비단꽃향무(Stock flower)는 세일 선반에 있는데도 상태가 좋아 카트에 담았다. 흔치 않은 덩굴장미, 오늘은 그것도 있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서둘러 잡다가 그만 손등은 가시에 긁히고, 손가락은 찔리고 말았다.
분홍색 덩굴장미가 긴 담벼락을 따라 피는 집. 나의 오랜 로망이지만 매년 망설이기만 벌써 몇 년째다. 그 이유는 병충해가 한 가지고, 다른 하나는 가시 때문이다. 내가 가장 여유 있고, 편안한 시간이 가드닝 때인데, 무심결에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기라도 하면, 짜증이 몰려와 난 아무 일도 하기 싫어진다. 산책길을 흥얼거리며 걷다가 돌부리에 탁 걸려 엎어진 기분이랄까? 물론 장미만 가시가 있는 건 아니다. 오렌지 나무엔 장미보다 훨씬 긴 가시가 있고, 가지 꼭지에도 있고, 잘 보이지 않아도 잡초에도 가시가 있다. 그런데도 난 유독 장미 가시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조심하는 다른 가시들과는 달리 장미는 아름다운 꽃 때문에 방심을 해서일까?
사람도 가시가 있는 사람이 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어도 늘 고슴도치처럼 곤두서 말로, 행동으로 상대방을 찌르는 사람들. 주로 말에 찔려 아파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가 들수록 난 이런 사람들은 피하게 된다. 인간은 관계 속에 살아야 하지만 가시에 찔리면서까지 연결되어 필요 없는 감정 소비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내 생각이 올바른 것일까 고민을 하기도 한다. 조심성 없이 가시에 찔린 사람도 분명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가시가 있는 식물엔 독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가시도 없고, 부들부들 쉽게 휘는 유도화(Oleander) 같은 게 독성은 무척 강하다. 어쨌든 올해도 난 망설이다가 장미는 화원에 두고 왔다.
<박명혜 (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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