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가 만연해지고 남편의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우리는 자주 가족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너무 갑갑하고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지난주 또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여행이었다.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닌, 에어스트림(airstream)에서 글램핑(glamping)을 하는 것이다. 조그마한 차 안에서 네 식구가 옹기종기, 가스불도 없고, 오로지 모닥불을 피워서 요리를 하고, 졸졸졸졸 흐르는 물에 샤워를 하고 볼일을 해결해야 하는 캠핑. 사실 불편함이 눈에 너무 보여서 가기 전부터 반대하던 나와는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TV에서만 보던 캠핑카에서 자고 먹는다는 생각에 꽤나 들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에어스트림이 있는 러시안리버에 도착을 했다. 에어스트림이 있는 곳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이고 길 건너에는 큰 강이 흐르는 너무 멋진 곳이었다. 봄이 오는 초록향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였다.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불을 지피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캠핑장이 떠나가듯이 소리를 지르며 좁은 차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큰아이는 “엄마, 침대에 누워봐! 구름이 천장을 지나가!” 하면서 천장에 있는 커다란 창문을 즐기고, 작은아이는 형과 함께 누워서 발을 동동 거리며 좋아했다. 남편은 불을 지피고 나는 가지고 간 짐을 정리하며 아이들의 저녁을 준비했다. 가스불이 없는 것을 미리 알았기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해서 갔고 우리가 늘 먹는 식사와는 조금 달랐지만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처럼 그 어느 때보다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여행을 가도 밤이 되면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모닥불 주위로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프리스쿨을 막 다니기 시작한 큰아이에게는 학교생활을 어떤지, 형과 자주 싸워서 요즘 들어 부쩍 혼나는 시간이 많은 둘째에게는 요즘 기분이 어떤지, 고민(?)은 무엇인지... 우리 가족은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나눴다. 그리고 마시멜로 샌드위치로 하루를 정리했다. 흔한 TV 소리도 없고, 장난감도 없었지만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래, 코비드시대가 되어 딱 하나 고마운 것! 온전히 우리 가족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 그래, 이거 딱 하나다!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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