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유인지는 확실히 몰라도 화요일, 많은 골프장엔 할인 스페셜이 있다. 식당 중에도 있다. 왜일까? 금요일과 주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월요일부터 목요일 중에서 왜 유독 화요일에 스페셜이 많은 걸까? 기분내 할인까지 해가며 사람들을 모으는 걸 보면 찾는 이가 적다는 뜻일 수 있고, 그렇다면 주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바쁜 요일이 화요일인 걸까?
지난 석 달 동안은 나 역시 화요일이 가장 바빴다. 내가 쓰는 ‘여성의 창’은 매주 월요일에 실리지만 원고 마감은 그보다 한 주 전인 매주 화요일이었다. 일주일 한 번 쓰는 원고였는데도 왜 순서는 그리 자주 오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정원에 할 일 많은 봄이라 그렇기도 했지만, 화분 하나 분갈이하고, 텃밭 한두 바퀴 돌고 나면 어느새 다시 마감날이 다가오곤 했다. 매일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고, 그보다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며, 보고 듣는 것도 여러 가지라 쓸 이야기가 많을 법도 한데 매주 화요일, 난 꽤 바빴다. 하지만 원고를 보내고 나면 몇 분 사이로 또 일주일 중 가장 여유 있는 날이 되기도 했다. 마감으로 바쁠 때는 이상하게도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띄어서 원고 한 줄 늘여 나가기가 힘들다가도 원고를 보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바삐 보이던 일들도 여유가 보였다. 잠깐 사이에 이리 사람 마음이 바뀌니 화요일은 어쩜 내겐 마술 같은 날이었다.
이젠 적어 놓지 않으면 깜박 잊는 일이 잦아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바쁘긴 해도 지난 세 달 동안 매주 쓰는 일은 나에겐 참 좋은 시간이었다. 추억하고 싶은 날의 느낌과 감정을 적어도 원고를 쓰는 동안은 되새기며 또렷이 내 맘에 새길 수 있어 참 좋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제한된 천 백자 정도의 분량에 맞춰 정리하다 보면 생각마저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니 내겐 화요일은 분명 선물 같은 날이었다.
잔디밭엔 올해도 잡초가 뽑는 속도를 저만치 앞질러 번지고 있다. 그래도 독한 약 치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뽑아 좋은 잔디밭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몇 번을 고쳐 쓰고, 눈 크게 뜨고 읽고 또 읽어 원고를 보내도 신문에 인쇄되어 나올 땐 잔디밭 여기저기 발견되는 잡초 같은 아쉬움이 남았던 내 글. 하지만 꾸준히 다듬다 보면 언젠가는 잡초가 사라지는 날도 있으리라 믿으며 난 또 한 주, 화요일을 보낸다.
<박명혜 (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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