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전 참여했다 손 씻은 전직 반군
▶ 여행 사업 통해 사회에 녹아들어
중남미 콜롬비아 남부의 깎아지른 듯한 협곡. 정글에 익숙하다는 듯 앞장선 사람은 밧줄과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45m 절벽을 내려간다. 이윽고 도착한 정글 속 숙소 벽에는 남아메리카의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둘러앉아선 ‘사람을 죽여 봤는진 말할 수 없다’ ‘납치엔 가담해 봤다’ 등 말이 오간다. 혹시 위험한 사람들한테 걸려든 건 아닐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정글 탐사에 앞장섰던 인물은 반(反)정부 내전에 참여했다가 손을 씻고 민간인으로 돌아온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출신이다. 정글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며 무장 투쟁을 전개했던 전직 반군들이 ‘특기’를 살려 관광 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공영 NPR방송에 따르면, 이들이 정글 하이킹 사업에 뛰어든 것은 3년 전인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콜롬비아 정부와 맺은 평화 협정으로 내전이 종식됐지만, 반군에 가담했던 사람들로선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전문 기술이 부족했다. 자연스레 익숙한 정글로 눈을 돌렸다. 국립 직업학교에서 관광업에 대한 지식을 쌓은 전직 게릴라 30여 명은 노르웨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여행사를 차렸다.
관광객은 주말 1박 2일 기준 1인당 125달러(약 14만4,000원)을 내면 이들의 여행에 동참할 수 있다. 정글 속 강에서 래프팅을 즐기고, 절벽을 오르내리며 트레킹도 할 수 있다. 밤에는 전직 반군들이 재정착한 캠프에서 숙박한다. 이제는 평범한 시민이 된 ‘반군 출신 가이드’들은 한때 치열했던 전투의 경험을 관광객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도 빠지지 않는다. 반군 지도부였던 마르코 알비스는 참가자들에게 내전 중 자신들의 잔혹했던 행위를 사과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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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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